서보광 유빅스 대표 "국내 첫 TPD 기반 혈액암 치료제 글로벌 임상…내성 환자 타깃"

인터뷰 / 서보광 유빅스 대표

美·유럽·한국서 다국적 임상
BTK 단백질 내성 환자 대상

생명공학硏에서 기술 이전 받아
약물 물성 최적화 플랫폼 보유
하반기 상장·추가 투자유치 진행
서보광 유빅스테라퓨틱스 대표가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TPD(표적단백질분해) 기반의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UBX-303-1’의 임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영애 기자
“2월 국내와 유럽에 임상계획(IND)을 제출해 다국적 임상을 할 계획입니다.”

서보광 유빅스테라퓨틱스 대표는 최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 UBX-303-1의 임상 계획을 밝혔다. UBX-303-1은 유빅스가 개발 중인 표적단백질분해(TPD)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등 B세포 림프종이 타깃이다. 유빅스는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IND를 승인받았다. 국내 기업이 TPD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내성 환자의 대안

TPD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타깃 단백질)을 분해하는 치료제다. 전통 신약은 약물이 타깃 단백질에 달라붙어 기능을 방해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TPD 치료제는 타깃 단백질에 달라붙은 뒤 반대쪽에 붙어있는 E3 리가아제가 분해 신호물질(유비퀴틴)을 원인 단백질에 붙인다. 프로테아좀(단백질 분해효소)은 유비퀴틴을 인식해 원인 단백질을 분해한다.

유빅스의 대표 파이프라인인 UBX-303-1은 BTK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BTK 단백질은 B세포 생존에 중요한 B세포 수용체(BCR) 신호전달 체계의 핵심 조절인자다. 약물이 BTK 단백질에 달라붙어 분해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B세포의 생존을 억제한다.

서 대표는 “전통 신약은 타깃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나타나면 결합 친화도가 떨어져 내성이 생기는 한계가 있다”며 “TPD는 타깃 단백질에 어느 정도 변이가 생겨도 결합해 분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1차 약물치료 후 내성이 생겼을 때 TPD 치료제를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혈액암은 이미 얀센의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칼퀀스(성분명 아칼라브루티닙) 등 블록버스터 치료제가 시장에 나와 있다. 모두 BTK 저해제다. 서 대표는 “경구용인 데다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과 병용투여 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약물”이라면서도 “내성이 생겨 이들 치료제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미충족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빅스는 BTK 내성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삼았다. 서 대표는 “BTK 저해제를 투여했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변이(C481S) 환자군에서 임상을 할 것”이라며 “전임상에서 변이가 없는 환자군에서도 약물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에 향후 전 환자군으로 확장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검증된 혁신 신약

유빅스테라퓨틱스 연구실. /유빅스테라퓨틱스 제공
새롭지만 뻔하지 않은 약물을 개발하자는 게 서 대표의 신약 개발 철학이다. 그는 “약물 타깃을 선정할 때 중도를 유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예 새로운 타깃은 아직 아무것도 검증이 안 됐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반대로 모두가 개발하는 타깃을 개발한다면 성과를 내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서 대표는 “BTK는 너무 혁신적이지는 않으면서도 미충족 수요가 분명한 타깃이었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 모달리티(치료접근법)로 TPD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서 대표는 TPD를 ‘경력직 신입’에 비유했다. 그는 “아직 출시된 신약이 없는 새로운 시장이면서도 TPD는 20년 넘게 연구돼 온 검증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아직 약물로 만드는 데 시행착오를 거치는 중이라는 의미다.

2018년 6월 서 대표는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TPD 기술을 이전받아 유빅스를 설립했다. 유빅스는 자체 TPD 개발 플랫폼 디그레이듀서를 사용해 약물을 디자인한다. 서 대표는 “TPD의 핵심 요소인 링커 라이브러리 세트를 가지고 있어 전체 약물의 물성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유빅스는 올해 하반기 상장(IPO)을 준비하고 있다. 서 대표는 “사업화 성과가 쌓이면 준비가 된 상태로 상장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화를 위한 추가 투자 유치도 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임상과 상장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올해 추가로 투자 유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빅스는 기업 설립 후 지금까지 시드투자 30억원, 시리즈A 40억원, 시리즈B 150억원, 시리즈C 14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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