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땐 지역인재 정원 2배로…"SKY 위에 대학 하나 더 생기는 꼴"

지방대 이공계 '공동화' 우려

최상위권 학생 의대로 빠지며
상위권大로 연쇄 이동 불가피
'미달' 지방대, 생존 걱정할 판
내년부터 의대정원 2000명 추가 선발이 확정된 가운데 지방대 이공계 학과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원이 늘어나는 서울 소재 의대와 지역인재 비중이 60%까지 확대되는 지방대 의대가 인재를 빨아들이면 지방대 이공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가와 지역인재 전형 확대를 가정했을 때 지역인재 전형 정원은 올해 1068명에서 내년 2018명으로, 두 배가량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지역인재 전형 비중을 현행 40%(강원·제주 20%)에서 60%로 늘리기로 했다. 1000명 가까운 지방 상위권 학생이 추가로 의대에 합격할 길이 열린 셈이다.지방에 있는 주요 이공계 대학은 우수 학생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의대 정원을 2000명으로 늘린 것은 사실상 ‘인서울 명문대’가 하나 더 생긴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에 증원되는 인원은 서울대 자연계(이공계 포함) 정원(1775명)보다 많고,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자연계(이공계 포함) 정원(4882명)의 41.0%에 해당한다. 카이스트, 지스트, 유니스트, 디지스트, 켄텍 등 5개대 이공계 특수대 정원 내 모집인원(1600명)을 능가하는 규모다. 여기에 지역인재 전형까지 확대되면 지방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즐비한 상황에서 지방대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피해의 종착지는 지방대 이공계 일반학과”라며 “SKY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로 빠지고, 상위권 대학 학생들이 SKY를 가는 식의 연쇄 효과로 지방대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란이 최소 3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8학년도부터 새 대학입시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앞으로 3년을 기회로 생각하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주요 대학에서 입학 포기, 중도 탈락 등으로 인한 편입이 늘면 이 역시 연쇄적으로 지방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지방대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은 계속 줄고 있는데, 첨단학과 신설, 의대 정원 확대 등으로 수도권, 상위권 대학 입학 정원은 계속 늘고 있다”며 “지방대 일반학과의 공동화 현상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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