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물류난에 경유값 급등…물가 또 자극하나 [원자재 포커스]

후티 반군으로 인한 홍해 물류 차질로 수입 타격
유럽 경제회복 발목 잡을 우려

예멘 후티 반군의 무차별 상선 테러로 홍해 해운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글로벌 경유 가격이 거의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유값 상승으로 간신히 안정세에 접어든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유 인프라가 충분한 한국 등 아시아보다 정유 제품을 수입하는 유럽이 특히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경유와 휘발유 같은 석유정제 제품은 원유보다 더 직접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벤치마크 경유 선물은 12월 중순부터 15% 오른 t당 845달러를 기록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유럽이 공급망 문제로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정유 제품을 대량 수입하는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경유 사용을 금지한 후 지난 1년 동안 중동·아시아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 왔다. 지난해 유럽 디젤 수입의 60%를 차지한 중동산 정유 제품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급감했다. S&P글로벌 원자재인사이트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엔 수입량이 약 3분의 1로 떨어졌다.

물류난으로 아시아산 경유와 휘발유 수입 단가도 높아졌다. 홍해를 통과하지 못해 아프리카로 9565㎞(6000마일)를 우회하면서 운송 비용이 급등했다. 미국의 정유소 유지보수로 인해 물량이 줄어드는 등 북미와 남미 지역으로부터의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 컨설팅업체 에너지 에스팩츠의 나탈리아 로사다 연구원은 "유럽은 수에즈 운하 동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홍해에서의 운송 중단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유럽 경제의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유 제품 가격 급등은 경유와 항공유 등 주력 화물·여객 운송 연료와 난방 연료 비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지목된다. 러시아산 경유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 등 수요자들이 다른 시장으로 몰려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간은 "러시아의 상황이 새롭고 덜 평가되지만 잠재적으로 더 큰 피해를 주는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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