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도 안 통했다…'마케팅 총력전' 하이트진로 실적 추락

신제품 '켈리' 투자 대비 성과 기대 못미쳐
'집토끼' 소주도 매출 악화
켈리 광고.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주류시장을 잡기 위해 마케팅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과도한 광고비 지출과 원가 부담 증가로 실적이 급격히 꺾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238억원으로 전년(1905억원) 보다 35%(667억원) 줄었다고 18일 공시했다. 매출은 2조5204억원으로 2022년보다 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355억원으로 59.1% 크게 감소했다.엔데믹 이후 대면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늘리면서 판매관리비가 증가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신제품 ‘켈리’를 앞세워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선언하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켈리는 배우 손석구를 모델로 내세워 전사적인 광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TV나 SNS 광고는 물론 강남역, 이태원역 등 번화가마다 옥외광고와 포스터를 붙이는데 막대한 판촉비를 썼다는 게 주류업계 설명이다. 기존 제품 ‘테라’도 인기 배우 공유를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광고를 내보내는 등 각종 마케팅 활동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총 7423억원의 판관비를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6414억원)보다 1008억원 증가한 수치다. 하이트진로의 매출원가율은 같은 기간 56.6%에서 55.9%에서 오히려 감소한 점을 미뤄볼 때 마케팅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 측도 “신제품 출시에 따른 초기 판관비 등 증가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TV 광고.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문제는 하이트진로가 주력하고 있는 맥주 분야는 투자 대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켈리의 작년 11월 소매점 매출은 170억9300만원으로 전달보다 6.2%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맥주 소매점 매출은 4.5% 줄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야심차게 선보인 켈리는 국내 단일 맥주 브랜드로는 최단기간인 출시 36일 만에 100만 상자(330mL 기준 3000만 병)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하이트진로는 켈리 출시 직후 “켈리와 테라의 투 트랙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출시 석 달째인 작년 6월엔 오비맥주 카스와 테라에 이어 소매점 매출 순위 3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하이트진로가 지난여름 펼친 대대적인 마케팅 효과는 수그러드는 추세다. 일본 맥주의 공세도 거세다. 켈리의 소매점 매출 순위는 작년 10월 5위로 하락했다. 켈리가 테라의 점유율을 잡아먹는 캐니벌라이제이션(신상품이 기존 주력 제품 시장을 잠식)도 뚜렷하다. 작년 초 15%에 육박했던 테라의 소매점 매출 기준 점유율은 11월엔 10% 선까지 떨어졌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참이슬' 소주. 사진=뉴스1
독한 술을 꺼리는 젊은 층이 늘면서 소주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것도 하이트진로에 부담이다. 맥주시장에 집중하는 동안 ‘집토끼’ 격인 소주 사업에서 부진하고 있는 셈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분기까지 소주 매출은 91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75억원)보다 130억원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 이전 하이트진로의 소주 매출이 매년 5∼10%가량 증가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출 역성장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위스키, 와인, 논알코올 등 주류 소비 행태가 다변화되면서 맥주와 소주 중심으로 사업을 해온 국내 주류업체들의 위기감이 크다”며 “판가 인상으로 4분기부터 다소 사정이 나아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주정이나 소주병 등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점도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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