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거래 '반토막'인데 가격 그대로…"20% 폭락 온다"

거래 규모 코로나19 때보다 14% 줄어
도심 오피스·아파트 가격 급락했지만
호텔·물류 창고 등 가격 변화 미미
"거래 부진, 2009 금융위기 떠오르게 해"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안셀모에 있는 한 주택 앞에 '판매 중' 간판이 걸려있다. AFP
지난해 미국 부동산 판매량이 반토막난데 비해 일부 영역에서 가격이 그대로 유지돼 20% 넘게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 비인기 영역의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가격이 20%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날 발표된 MSCI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거래된 부동산의 총가치는 3740억달러(약 500조원)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긴 2020년보다도 14% 감소한 수치다. 재택근무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주택시장에서는 저금리로 대출받은 주택 구매자들이 신규 주택 구매를 꺼리는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이 크게 침체된 데 비해 가격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RCA CPPI 전국 종합 부동산지수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22년 초 고점 대비 11% 하락했다. 중심업무지구 부동산이 40% 내리며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 정보기술(테크) 기업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며 공실률이 급증한 샌프란시스코 등의 상황이 반영됐다. 팬데믹 당시 투기자금들이 몰려 임대료가 급등한 아파트도 정점 대비 15% 하락했다.

그러나 일부 상업용 부동산은 가격 변화가 거의 없었다. 호텔 가격은 1% 내렸다. 팬데믹 당시 가격 하락이 이미 반영됐고, 뉴욕 등 미국 각 주에서 에어비앤비 규제가 강화되면서 호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산업 부동산 가치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전자상거래 물류 창고, 개인창고 등이 낮은 운영 비용과 안정적인 수입원을 갖춘 부동산으로 주목받으면서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더 큰 폭의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비상장 투자 데이터회사 프레퀸에 따르면 사모펀드(PEF)가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모은 투자금 중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드라이파우더)은 2400억달러(약 320조원)에 달한다. WSJ은 "이러한 거래 활동의 부진은 현대사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았던 부동산 거래가 성사된 금융위기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라며 "구매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과 판매자가 받아들이는 금액 사이의 격차는 특히 도심 오피스에서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