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출고가 내렸다는데 식당 가격은 그대로네요"…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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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출고가 인하에도 식당 술값은 ‘요지부동’새해부터 소주 출고가격이 일제히 100원 이상 인하됐지만, 전국의 식당·주점 등 소매업소들은 여전히 기존 소비자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판매비율 도입을 통해 소주 가격을 낮춰 외식비 물가를 낮추려던 정부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4일 서울과 세종 주요 음식점 수십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모두 작년 말과 똑같은 가격에 소주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서울 지역은 작년처럼 5000~6000원, 세종은 4000~5000원에 소주를 판매하고 있었다. 음식점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주 가격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일제히 밝혔다. 주류 행정 담당기관인 국세청이 일부 소매업소를 대상으로 파악한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올 1월1일부터 국산 소주를 대상으로 22.0%의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했다. 기준판매비율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을 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뜻한다. 일종의 할인율로, 원가에서 기준판매비율분만큼 액수를 뺀 나머지가 과세표준이 된다.
기준판매비율이 커질수록 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류 출고가 인하 폭도 커진다. 예컨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360㎖의 공장 출고가는 작년 말 1247원에서 올 들어 1115원으로 낮아졌다. 수입 주류에 비해 불리한 국산 주류의 과세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소비자물가가 치솟자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물가관리 대책의 일환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외식) 물가 상승률은 7.3%로, 2016년(11.7%)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지난 1일부터 최대 10% 인하됐다. 주류 도매상들도 일제히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일선 식당의 가격은 그대로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비용이 올랐을 뿐 아니라 전체 매출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가격을 섣불리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식당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통상 소주 출고가가 100원가량 오르면 식당 등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소비자 가격은 1000원씩 오르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기재부와 국세청은 소주 가격을 안정시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매업체에 가격 인하를 압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낮춰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