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초읽기…고령·외국인 많은 中企 '비상'

'50인 미만' 사업장 직격탄

청년보다 안전사고에 취약
경제계 "사고땐 폐업 속출"
경기 서부의 한 주물업체에서 2년 전 환갑을 넘은 근로자가 무너진 자재 더미에 깔려 사망했다. 인근 작업자가 소리쳤지만 미처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했다. 이 회사 대표는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아 구속을 면했지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회사 관계자는 “고령자가 아니면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지만 젊은 근로자보다 안전사고가 잦아 항상 불안하다”며 “이제는 사고가 터지면 구속 등 처벌이 불가피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이 집단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 안전보건관리자 채용 등 준비가 부족한 대다수 기업이 제도 시행을 2년 더 유예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 반대에 부딪혀 예정대로 전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계는 앞으로 중대사고 발생 시 대표 구속에 따른 경영 중단 등 줄폐업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령자·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영세 중소기업의 취약한 인력 구조 탓에 사고 발생과 처벌의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령자는 오랜 작업 관행에 젖어 안전사고에 둔감하고, 외국인 근로자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위험 상황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서다.

경제계는 23일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해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단체협의회를 대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의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도 이날 국회에서 공동성명을 냈다.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 전인 25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민주당은 시행 유예 법안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을 내걸어 최종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김동주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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