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가 외국대 교수인 척"…'20억 사기'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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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하루 수익률 5%"한 투자자문업체가 투자금을 가로챘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업체는 해외 대학교수를 사칭한 홍보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투자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80명 당한 가상자산 투자 사기
단역 배우 B씨, 유튜브로 A 투자자문업체 홍보
피해자 80명, 금감원에 신고
16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계는 사기 혐의로 A 투자자문업체 대표와 이 업체 홍보영상에 출연한 B씨를 입건하고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피해자 80여명의 신고를 받은 금융감독원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인천경찰청으로 사건이 이첩됐다. 일부 피해자는 이후 경찰에도 고소장을 제출했다.피해자들은 고소장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활용해 하루에 5%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A 업체에 돈을 맡겼지만 대다수가 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총 20억여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역 배우 B씨의 유튜브 홍보 영상을 보고 A 업체를 통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찍힌 영상 아래에는 스위스 한 대학교의 경제학과 교수라는 직함이 자막으로 달려 있었다.
B씨는 유튜브 영상에서 "A 업체를 통해 투자하면 AI가 자동으로 가상자산을 매매해 하루 1∼5%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A 업체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는 방법을 홍보했다. 경찰은 A 업체 사이트에 명시된 대표자와 B씨를 상대로 사기 범행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이 사이트는 고객센터와 투자금 수익표 등을 갖추고 피해자들의 투자금을 대포 통장으로 입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B씨가 업체로부터 대본을 받아 연기만 한 것인지 등 고의성을 파악할 방침"이라며 "사이트상에 올라와 있는 대표가 실제 사기범과 동일인인지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