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강조해놓고 다른 시그널"…금통위원 '이례적 비판' [강진규의 BOK워치]

"물가안정 강조한 정책과 다른 시그널"
조윤제 금통위원, 한은 공개비판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모습. 박춘섭 위원이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이동하면서 6인 체제로 금통위가 열렸다. 왼쪽부터 유상대, 신성환, 조윤제 위원, 이창용 총재, 서영경, 장용성 위원. 한국은행 제공.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1일 금융중개대출 지원 확대에 대해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정책과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에서 9조원 규모의 취약 중소기업 대상 금융중개대출 지원을 의결한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소수의견이 있었다고 소개했다.한은은 지난해 11월 금통위를 통해 확보한 대출 지원 자금 여유분 9조원을 서울과 지방의 취약 중소기업에 지원하기로 이날 결정했다.전체 한도(9조원)의 80%인 7조2000억원은 지방중소기업에, 1조8000억원은 서울 지역에 배정했다. 주점업과 부동산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중소기업이 지원 대상이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양호한 고신용 중소기업은 제외하기로 했다.

조 위원이 이같은 결정에 반대한 것은 그의 평소 소신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가안정을 위해 한은이 고통스러운 고금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면 유동성 공급 확대로 물가 상승압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 위원은 기존에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평소 가계부채 확대 우려 등을 강경한 어조로 언급하며 긴축적 금리 기조를 이어나가야한다는 의견을 주로 피력했다.조 위원의 반대에도 지원을 의결한 이유로 이 총재는 "다른 위원들은 그런 위험이 있지만 경제 전체의 유동성을 크게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또 "선별 지원을 통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대문에 통화정책의 유효셩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정 금통위원의 견해가 공개적으로 제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 위원이 반대 의견을 그만큼 강력하게 제기한 것으로 한은 안팎에선 평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자세한 토의 내용은 2주 뒤 회의록을 보면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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