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다시 시작한 영어…10년간 공부해 실리콘밸리 갔죠"

前 구글 디렉터가 쓴 '영어, 이번에는 끝까지 가봅시다'
"일은 잘 할 수 있는데…그놈의 영어!"
정김경숙 씨가 직장생활을 하며 늘 되뇌던 말이었다. 구글코리아에 입사해 첫 승진을 한 마흔. 이젠 영어를 대충 해선 회사에서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는 영어를 완전 정복하기로 결심했다.

토종 한국인인 그는 마흔에 기초적인 발음 공부인 파닉스부터 제대로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잇 이즈 어 북"(It is a book)이 "유리즈 북"으로 들리는 걸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게 10년간 죽어라 영어를 공부한 후 그는 지천명(知天命·50세)에 미국 실리콘밸리행 기회를 얻었다.

구글 본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의 영어 공부가 준 기회"라고 말했다.
정김경숙 전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쓴 '영어, 이번에는 끝까지 가봅시다'(웅진지식하우스)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은 저자의 영어 공부 분투 과정을 그렸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나름 유학파였지만 영어 말하기 실력은 중학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2만2천 단어가 수록된 어휘집을 달달 외웠지만, 일상에선 '하이'라는 인사말조차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회의에선 틀에 맞춰 얘기할 순 있었지만, 그 형식을 벗어나면 말을 거의 못 했다.

유학 다녀왔다고 말하기가 점점 부끄러워졌다.

새해마다 영어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작심은 한 달뿐이었다.

공부는 안 하면서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나날이 반복됐다.

모토로라 코리아, 한국 릴리, 구글 코리아를 거치며 승진했는데, 직급이 오를수록 영어미팅이 잦아지면서 '진짜 영어 실력'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는 늦출 수 없었다.

불혹(不惑·40세)의 나이, 그는 살고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결심만으론 부족했다.

지속 가능한 영어 공부가 되기 위해선 일상에 영어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는 그대로 실천했다.

밥 먹고, 출근하고, 운동하는 모든 일상에 영어를 끼워 넣었다.

지하철에선 짧은 뉴스를 들었다.

우엉을 먹다가 '우엉(bur-dock)이 영어로 뭘까'란 의문이 들면 바로 사전을 찾아 단어와 예문을 익혔다.

오디오북과 영어 유튜브를 꾸준히 들었고, 새로운 어휘나 표현을 '나만의 노트'에 기록한 후 암기해 실제 생활에서 써먹었다.

그렇게 10년을 보낸 후 구글 본사에서 기회가 왔을 때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도 영어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 2~3시간은 오디오북을 듣고, 1시간은 영어 튜터와 함께 정확성을 높이는 말 연습을 한다.

클럽에 나가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SNS 그룹 채팅에 참여해 주기적으로 작문을 올린다.
저자는 영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단언한다.

"마치 근력을 키우듯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래 하는 게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수도선부(水到船浮), 즉 물이 차면 배가 저절로 뜨듯이 꾸준한 연습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어는 그냥 숨 쉬듯이 '계속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숨을 못 쉬면 죽는 것처럼, 영어를 숨 쉬듯 계속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영어 감각은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
268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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