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키워 늘어난 가치는 유류분 반환 대상 아냐"

법원 "증여 당시 가치로 평가"
상고 취하로 2심 판결 확정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회사 주식이라도 자신이 대표로서 회사를 경영해 불린 가치만큼은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됐다. 법원은 증여받은 사람의 노력으로 회사 주식 가치가 뛰었다면, 그 상승분만큼은 본인이 직접 벌어들인 소득임을 인정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중소기업 대표인 A씨와 그의 형제인 B씨는 유류분 반환소송 2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를 최근 취하했다. 이에 따라 A씨가 B씨에게 지급해야 할 유류분은 원심대로 과거 회사 주식을 증여받았던 시기의 주식 가치(약 88억원)를 바탕으로 산정한 7억8000만원으로 확정됐다. B씨는 “유류분을 산정할 때 상속재산의 가치는 상속이 시작됐을 때(아버지의 사망 시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A씨가 증여받은 주식의 가치는 약 220억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A씨는 2003년(4만5000주)과 2004년(2만7000주) 아버지로부터 회사 주식을 증여받았다. 2006년에는 그의 아내(9800주)와 두 자녀(1만7010주)에게도 증여가 이뤄졌다. 1983년 이 회사에 입사한 A씨는 2008년 대표로 취임해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그가 대표 자리에 앉은 이후 회사는 성장했다. A씨가 처음 주식을 증여받은 2003년 약 5억6000만원이던 이 회사 영업이익은 아버지 사망(2018년 1월) 직전인 2017년 16억4000만원으로 늘었다. 주식 가치도 2003년 말 주당 4만5650원에서 2018년 1월 22만2729원으로 뛰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증여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해야 할 주식의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류분은 가족들이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된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 등)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 등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고 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주식을 증여받은 후 경영을 주도하면서 회사는 자산이 증가하고 부채비율은 떨어지는 등 안정적으로 발전했다”며 “주식 가치 상승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판단했다.이번 판결은 상속 과정에서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0년 이번 판결처럼 예외를 인정하는 확정 판결이 처음 나왔지만 대법원이 이 쟁점을 두고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상고를 기각했기 때문에 큰 변화는 나타나진 않았다. A씨를 대리한 최영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경우엔 본인 노력으로 상승한 주식의 가치만큼은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되지 않음을 법원이 또 한 번 인정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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