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주문 폭주하더니…'전쟁 수혜' 입은 1위 한국 기업은

'전쟁의 해' 방산업체 수주액, 사상 최고치
한화에어로 1위…'전쟁 수혜'
사진=REUTERS
올해 전 세계 주요 군수업체들의 수주 잔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긴장 고조 등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군비 지출을 확대하고 무기 주문을 늘리면서다.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고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세계 최대 방산업체들의 수주액이 2년 만에 10%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FT는 "특히 동유럽 국가들의 무기 주문이 늘면서 한국 방산업계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전했다.SIPRI에 따르면 영국 BAE시스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전 세계 15개 주요 군수업체들의 수주 잔액은 2022년 말 기준 7760억달러로 2020년 말(7012억달러)에 비해 11%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정부들의 군비 지출액은 3.7% 증가한 2조2400억달러로, 이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15개 기업들의 수주 잔액은 올 상반기에도 7640억달러에 이른다. FT는 "유럽의 군비 지출 규모는 최소 3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들의 지속적인 발주로 인해 방산기업들의 향후 수주 파이프라인은 더욱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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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규 주문량 증가폭 1위를 달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액은 2020년 24억달러에서 지난해 152억달러로 급증했다. 폴란드 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를 대거 주문한 덕분이다. 이로 인해 2000년 31위에 불과했던 한국의 무기수출 규모는 지난해 세계 9위로 올라섰다.수주 호조는 방산기업들의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방산업체 종목들로 구성된 MSCI 글로벌 방산업종 지수는 지난 1년 사이 25% 급등했다. 유럽 증시의 유럽스톡스 항공·방산업종지수도 같은 기간 50% 넘게 뛰었다.

다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방산업체들은 신규 수주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차질, 노동력 부족 등을 이유로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IPRI가 상위 100대 방산기업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실질 매출 규모는 2021년 대비 오히려 3.5% 줄어들면서 5970억달러에 그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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