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성장세에…로슈, 31억달러에 美 제약사 인수

사진=REUTERS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가 미국 비만치료제 개발업체를 31억달러(약 4조 500억원)에 인수한다.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후발주자들이 앞다퉈 개발 경쟁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슈는 미국의 비만치료제 개발업체 카르모 테라퓨틱스를 31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27억달러는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고 향후 임상 결과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4억달러를 추가로 지불할 수 있다. 인수대금 납입은 내년 1분기 완료될 예정이다.토마스 쉬네커 로슈 최고경영자(CEO)는 "비만은 전 세계적인 질병으로,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카르모의 포트폴리오와 로슈의 포트폴리오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늘리고 치료수준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르모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혈당이 올라갈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을 기반으로 비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 물질을 개발 중이다. CT-388 이라는 주 1회 주사제로,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나 젭바운드와 동일한 이중 GLP-1/GIP 수용체 작용제와 비슷한 원리를 활용한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웨고비와도 작용 방식이 비슷하다.

로슈 관계자는 "CT-388에 대한 기존 임상 데이터는 차별화된 효능으로 체중 감량을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동급 최고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체중 감량에도) 근육량이 유지되는 것과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기존 로슈의 파이프라인과 결합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주로 항암제를 개발하던 로슈가 비만치료제 개발기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대 초반 먹는 다이어트약 제니칼을 출시했다가 부작용 논란으로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자 인수·합병(M&A)으로 이 경쟁에 다시 합류한 것이다. 최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토마스 쉬네커가 이번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슈는 최근 들어 안과·희귀·뇌·심혈관 질환 치료제 등으로 기존 항암제 중심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 물질)을 다각화하고 있다. 로슈는 지난해 전문의약품 매출 480억달러(약 62조 7000억원)를 기록한 세계 6위 제약사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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