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또 내홍…욕설 논란이 내부 폭로전으로
입력
수정
지면A13
김정호 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카카오가 또 한번 진통에 휩싸였다. 카카오 쇄신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 내부 사정을 SNS를 통해 폭로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선 ‘카카오=문제 기업’이란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NS 통해 내부 비리 폭로
"카카오 망한다면 골프 때문"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사진)은 28일과 29일 네 차례에 걸쳐 페이스북에 자체 내부 감사 결과와 이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 총괄은 지난 9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카카오 쇄신 작업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외부 감시기구로 최근 출범한 ‘준법과 신뢰위원회’에 합류한 유일한 카카오 인사다.그는 29일 페이스북 글에서 골프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김 총괄은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서 파악해보니 100여 명의 대표이사들은 골프 회원권이 없었는데 특정 부서만 ‘투어프로’ 수준으로 치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에는 죄다 카카오팀이 있더라는 괴담 수준의 루머도 많았던 상황이라 강력한 쇄신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는 작업을 하며 겪은 어려움도 토로했다. 김 총괄은 “골프 회원권을 75% 정도 통째로 매각하겠다고 보고하고 두 달간은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글 끄트머리엔 조선시대 급진 개혁 정책을 시도한 ‘조광조’와 ‘밤길 조심’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기존 훈구파의 불만을 감수하면서 목소리를 냈던 조광조처럼 나서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김 총괄은 전날 오후에도 페이스북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지난 22일 판교 본사에서 업무보고를 하던 임직원을 상대로 ‘개XX’라고 욕설했다는 이유로 사내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데 따른 항변이었다. 이 과정에서 특정 부서 임원과 직원 간 복지 격차, 데이터센터 건립 업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 내부 문제를 폭로했다.
카카오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을 위한 충격 요법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회사 치부를 외부에 드러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김 총괄의 행동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개 투표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투표 참여자 412명 중 382명(92.7%)이 ‘브랜든(김 총괄의 영어 이름) 잘했다. 썩은 거 싹 다 개혁하라’에 표를 던졌다. ‘그러면 안 된다. 회사 기밀 유출이다’라는 의견은 30명(7.3%)에 그쳤다.
카카오는 김 총괄의 글과 관련 “SNS에 올린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