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와 선생님 이야기…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

헬렌 켈러와 그의 스승 앤 설리번을 낙타에 빗대 표현한 독특한 형식의 2인극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은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를 다음달 6~10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고 21일 밝혔다. 헬렌 켈러(헬렌)와 앤 설리번(애니)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인생의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두 사람의 성장과 연대를 그린다. 헬렌과 애니가 평생을 함께 하게 되는 과정을 고비사막을 걷는 두 마리 낙타에 빗대 그려낸다. 헬렌은 생후 19개월에 시력과 청력을 잃었고, 애니는 8살에 시력을 잃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 스승과 제자로 만났지만 점차 서로 위로가 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한다. 이들 관계가 사막의 더위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 체온을 내리는 낙타들과 닮아 있다는 구상이다.

극중에서 낙타는 헬렌이 애니에게 처음 마음을 열고 공감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동물이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인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는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두 사람의 용기를 북돋우는 의미의 대사다.

단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2인극이다. 배우 한송희과 정지혜가 각각 애니와 헬렌을 비롯해 주변 인물을 연기하고 노래한다. 소리꾼이기도 한 배우 정지혜는 헬렌이 언어를 습득하며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과정을 판소리로 표현한다. 작창도 직접 맡았다.정지혜는 "헬렌의 머릿속에 저장된 모든 문장은 리드미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헬렌이 언어를 익히며 점차적으로 '음이 있는 말'인 판소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 역을 맡은 한송희는 작품 중간 리듬 위에 대사를 얹어 노래하듯이 말하는 방식인 이른바 '리듬 말'을 사용한다.
판소리와 리듬 말 외에도 촉지화를 사용한 움직임도 선보인다. 촉지화는 수화에서 한글이나 알파벳, 숫자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방법인 '지화'를 촉각으로 느끼며 소통하는 방법이다. 두 배우는 직접 지화를 배워 애니가 헬렌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할 예정이다.

작품 속에서 음악이 중요하게 사용된다. 타악‧전자음악‧마림바‧고수 등 네 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함께 오른다. 이들은 대사를 하거나 움직임을 하는 등 두 배우와 긴밀하게 호흡하며 작품을 풍성하게 채운다. 저음을 강조하는 우퍼 스피커로 음향의 진동을 전달해 관객의 공감각적인 확장을 이끈다.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 중 한 명인 이기쁨이 연출을 맡았다.모든 회차를 한글 자막과 음성해설, 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무장애 공연(배리어프리 공연·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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