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아들 "기술·디자인 다 잡는 소방업계 애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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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 소방 스타트업 파이어버스터 김승연 대표“기술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소방업계의 애플’이 되고 싶습니다.”
지하층 화재진압 사각지대 없앤
동시 동작형 스프링클러 개발
국내외 공모전서 잇따라 수상
안전도 재미 있어야 관심 끌어
소방 문화 정착에도 힘 쏟을 것
소방 기술 스타트업 파이어버스터는 김승연 대표(사진)와 아버지가 함께 끄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 아버지는 30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며 스프링클러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품어왔다. 배관과 건축 자재가 스프링클러가 뿌리는 물을 막아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지하주차장과 창고에서 스프링클러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인가에 주목했다. 그는 “아버지가 소방관으로 일할 때부터 품은 의문인데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김 대표와 아버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시 동작형 스프링클러 제트버스터를 개발했다. 제트버스터는 열감지 센서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기존 스프링클러와 달리 주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 연결된 모든 스프링클러가 동시에 작동한다. 이전보다 자유로운 형태로 설치가 가능해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먼저 개방된 스프링클러에서 뿌려진 물이 주변 공기를 식혀 인접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스키핑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혁신적인 기술력에도 스타트업 제품이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2016년 소방산업기술원이 주최한 소방산업 우수 디자인 공모전에 출전한 김 대표는 꼴찌에 머물러 좌절할 뻔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각종 대회와 공모전에 도전했다. 2017년 서울국제발명대전 대상을 시작으로 2018년 스마트건설대전 대상 등을 잇달아 받았다.
해외에서도 파이어버스터를 주목했다.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 국제발명대회 대상, 2021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대회 금상에 이어 올해는 인도네시아 국제발명대회에서 수상했다.기술력을 인정받은 파이어버스터는 2020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구매조건부 투자계약을 확정했다. 중소·벤처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공공기관 시설에 시범 적용하는 ‘K-테스트베드’에도 참여해 이달 인천국제공항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예정이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6개국에 특허를 출원하며 세계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파이어버스터가 인정받기까지 김 대표는 소방 안전이 등한시되는 현실을 절감했다. 최근 에어컨 실외기실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완화돼 실외기실 전용 스프링클러 프로젝트가 전면 백지화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안전이 건축비, 공간 효율 등 다른 요인에 밀려 퇴행하는 현실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소방의 콘텐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소방박람회를 다니며 충격을 받았다. 각종 이벤트와 체험으로 가득해 마치 축제 같았다.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소방 안전에 관심을 갖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지난 8월 열린 국제소방박람회에서 파이어버스터는 새로 개발한 소화기를 활용해 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회사 로고로 티셔츠와 키링을 만들어 방문객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안전도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소방 안전이 매력적인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디자인, 재미와 같은 콘텐츠도 갖춰야 한다. 기술과 디자인으로 혁신을 불러오는 소방업계의 애플이 되겠다”고 말했다.
글=구교범/사진=강은구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