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양 사기로 17억 '꿀꺽'…유명 건설사 전 대표 구속

"건설사 분양 투자하면 이익금 돌려주겠다"
17억 분양사기 친 영남건설 전 대표 붙잡혀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면 분양권을 주겠다며 보증금을 받은 뒤 이를 돌려주지 않아 사기 의혹에 휘말린 시행사 대표가 경찰에 구속됐다. 피의자는 영남건설, 코보스톤건설 등 2000년대 초 유명 건설사의 전직 대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박모 시행사 대표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박 대표는 2018년부터 경기 화성에 위치한 부지에 17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명목으로 보증금을 끌어모은 뒤 17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급등한 건축비·토목비 등이 낮아질 때까지 조금만 시간을 달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시행사 대표인 박 씨는 2000년대 초 (주)영남건설과 (주)코보스톤건설의 전직 대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건설은 2003년 건설교통부 시공 능력 평가에서 전국 93위, 대구 3위에 올랐던 종합건설사다. 2004년 말 기준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보스톤건설의 대표였던 박 씨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06년 영남건설을 인수해 대표가 됐다.하지만 코보스톤건설은 영남건설 인수 과정에서 금융권에 돌아온 18억원의 어음을 회수하지 못했다. 코보스톤건설은 2007년 7월 부도처리 됐다.

당시 업계에선 영남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융비용의 과다 투입 및 아파트 분양 차질 등에 따른 자금난이 심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씨는 2007년 12월 코보스톤건설을 폐업한 후 2008년 10월엔 영남건설 대표직도 내려놨다. 박 씨는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후 15년여 만에 건설업으로 재기를 해보려다 사업에 또다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지난 5월 박 대표를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난 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어 조사를 진행 중이다"며 "추가 수사를 마치는 대로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