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빌라·오피스텔 집주인들의 '이유 있는' 분노

올해 비아파트 인허가 47% 급감
'서민 주거 사다리' 공급에 뒷짐

이인혁 건설부동산부 기자
누구나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파트는 비싸다.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서민과 1인 가구, 청년 등에게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게 빌라,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 등이다.

최근 비(非)아파트 공급이 뚝 끊기며 이들의 주거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아파트 외 주택 인허가 실적은 3만6013가구로, 전년 동기(6만7971가구)보다 47% 급감했다. 아파트(-29.6%)보다 감소 폭이 크다. 9월 서울의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실적은 아예 ‘제로(0)’였다.공급 가뭄을 겪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고금리와 원자재·인건비 상승 등 외부 변수로 공사 비용이 뛰었다. 그런데 전세 사기가 전국을 휩쓸며 이런 주거가 외면받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관련 대출·청약·세제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서민의 ‘주거 사다리’인 비아파트를 옥죄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빌라와 오피스텔, 레지던스 소유주로 구성된 비아파트총연맹이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아파트 주거시장 정상화를 촉구한 배경이다.

오피스텔 집주인은 오피스텔이 비주택으로 분류돼 취득세율이 4.6%로 높지만, 다주택 계산 때 주택 수에 포함되는 ‘이중 잣대’로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 수 제외와 신생아특례대출 허용 등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레지던스 소유주는 주거로 활용하는 준주택으로 인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빌라 임대인은 전세 사기에 악용되는 걸 막겠다고 정부가 전세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인 게 세입자의 불안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5월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했다. 현실이 이 기준을 따라가지 못해 시중에 보증보험 미가입 전세 물건이 오히려 늘어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물건에 전세로 들어가면 보증금을 떼일 리스크가 큰 데다 저금리의 정책금융 대출도 받지 못한다. 집주인이 정부에 의해 ‘강제 역전세’를 당하는 셈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곳곳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다주택 집주인이 “못살겠다”고 외치는 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임대인을 ‘서민주택 공급자’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3년 후 시장에서 빌라나 오피스텔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 서민이 ‘살 곳’이 없어지고 주거 비용은 다락같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제2의 피해는 임차인에게 돌아갈 것”(김미경 전국임대인연합회 부회장)이라는 말을 곱씹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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