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섞이지 않은 '집합가족'… 미래 한국의 디스토피아 구할까

한 사람을 더하면

은모든 지음
문학동네
340쪽│1만6800원
기후변화로 인해 봄날의 초목은 온데간데없다. 코로나 이후 두 차례에 걸친 팬데믹으로 나라 살림은 무너졌다.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정치세력은 과학 기술을 독점해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 은모든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에서 상상한 2040년대 한국의 모습이다.

최근 출간된 <한 사람을 더하면>은 디스토피아로 변모한 한국을 그리면서도, 그 속에서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인간의 의지와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은 작가는 2018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장편 <애주가의 결심>으로 등단했다. 실제로도 술을 즐긴다는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것일까. 그의 작품들은 마치 한 잔의 칵테일처럼 인간적인 위로와 공상과학(SF)적 요소를 절묘하게 배합한다.
은모든 소설가. /문학동네 제공
책은 출생률 저하와 노년 인구의 급증으로 '집합가족'의 울타리에 모인 사람들을 그린다. "혈연의 제약을 벗어던진 애착 공동체"인 새로운 가족 형태로, "지옥 같던 팬데믹이 남긴 유산"이다. 주인공 이심도 그중 하나다. 자신의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만, 예상치 못한 갈등을 마주하고 고뇌에 빠진다.

'아치 에너미'인 경규철 총리가 미래 사회에 대한 비관을 끌어올린다. 단 한 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는 등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빅 브라더'처럼 군림하며 언제 어디서든 국민을 통제할 뿐이다. 갖은 선전·선동으로 정권을 잡은 뒤 '테크노 비엔날레'를 열고자 한다. 국가 전체를 장악할 '경찰형 안드로이드'를 도입할 심산이다.

인공지능과 생체기술, 홀로그램 등. 온갖 미래기술이 난무하지만, 작가의 고민은 어디까지나 현재에 기반한다. 은 작가는 공중보건의사로 일하는 주인공 이심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진찰한다. 문제의 핵심은 양극화다. 대중은 온갖 규제에 시달리며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받는다. 지배 세력은 자기들의 왕국을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압제에 치인 사람들은 집합가족이라는 소규모 공동체로 도피한다. 출신도 배경도 다른 이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화살표 게임'에 각자의 한 표를 더한다. 자그마한 크기로 시작한 화살표는 소설 제목처럼 '한 사람씩 더하며' 거대해진다. 이윽고 경규철 총리의 홀로그램 이미지를 가득 덮으며 사회가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한다.

여러모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은모든 작가는 미래에 대한 낙관을 버리지 않는다. 통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족 형태를 통해 "보편성 안에 갇힌 삶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한다. "반격 또한 반복되리라. 변함없이 믿고자 하는 마음에 관하여"라는 작가의 말도 같은 주제의식을 내포한다.

소설의 주요 무대는 집합가족을 찾는 이들이 모인 무도회장이다. 여기서 은 작가는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처럼 편안한 문체로 미래 사회를 이야기한다. 이다혜 작가는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몇십년 뒤, 이 소설을 가리켜 예언서라고 부르게 되는 건 아닐까? … 근데 이거, 소설인 거지? 현실 아니지? 아직은."
&lt;한 사람을 더하면&gt;(은모든 지음, 문학동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