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가 될 기회 잡고 싶다면, 알바도 공연장에서 하라

[arte] 송용진의 Oh! 매지컬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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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공연 하나가 올라가는 동안 뮤지컬 배우는 어떤 일을 겪는지 궁금해할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서 당분간 연재의 내용을 뮤지컬 배우의 공연 준비 과정으로 정했다. 이번 연재에는 배우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오디션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뮤지컬 배우가 공연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몇 가지 경우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디션에 지원해 합격하는 방법이다. 오디션 공고는 주로 인터넷 사이트인 OTR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 1차 오디션은 대부분 서류심사로 자신의 개인 정보와 경력 등을 적어서 제출한다.여기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경력이다. 연기 전공생들의 교내 워크숍 경력은 쓸 수 없으므로 전공자나 비전공자 모두 경력에 적을 내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데뷔를 못한 뮤지컬 배우 준비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1차 오디션 통과다. 따라서 꼭 뮤지컬이 아니더라도 자기 장기를 살려 경력에 쓸 수 있는 다양한 무대 경험을 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각종 노래, 춤, 연기 등의 수상 내역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차 서류심사에 통과하면 2차 오디션으로 춤과 노래 오디션을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춤은 지정 안무를 미리 공개해서 준비하게 하거나 오디션 당일에 현장에서 안무를 알려주고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뒤에 오디션을 보는 경우도 있다. 춤 오디션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기본기로, 안무를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기본기가 잘 되어 있는 배우가 합격 가능성이 크다. 간혹 자유 안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준비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노래 오디션은 지정곡을 준비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뮤지컬은 음악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 작품의 음악 장르에 맞는 곡들을 지정곡으로 선곡해서 제공한다. 뮤지컬, 성악, 팝, 록, 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작품에 따라 지정곡으로 선택되고, 지원자들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따라서 다양한 장르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보컬이 선호된다. 하지만 개성 있는 보컬도 작품에 따라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으므로 노래 역시 기본기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겠다. 노래 오디션에서도 무반주로 특정 스타일의 노래를 자유곡으로 요청하는 경우가 있으니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3차 오디션은 배역 오디션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기와 각 배역에 맞는 노래와 춤 등을 종합적으로 보게 된다. 이 오디션에서는 기본기보단 배우가 각 역할에 어울리는 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각 역할에 맞는 연기, 음역, 춤, 움직임, 외모 등을 고려한 지정 곡, 지정 대사, 지정 안무 등이 주어지고 배우는 자신이 희망했거나 주어진 역할에 필요한 오디션을 준비해야 한다. 이 오디션이 한 번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해외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10차 이상 보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배우는 이렇게 긴 시간 오디션을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동안 뮤지컬 오디션의 지원자인 배우로 참여한 적도 있고, 배우를 뽑는 스태프로 참여한 적도 있다. 배우를 뽑는 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는가와 역할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갖추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따라서 오디션을 준비하는 배우들은 연기, 노래, 춤의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자신과 어울리는 역할에 도전하는 것이 합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해외 스태프들이 직접 오디션을 보러 오는 경우가 있는데, 해외 스태프들은 편견 없이 우리나라 배우들을 실력 위주로 보기 때문에 신인 배우들이 주연의 기회를 얻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물론 기존 배우들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신인 배우들은 해외 창작진들이 직접 참여하는 오디션을 열심히 준비해 도전하면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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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뮤지컬 오디션은 안타깝게도 위에 언급한 공개 오디션이 자주 열리지 않는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공개 오디션의 경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원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의 일도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비공개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중소극장 공연의 경우 적게는 두 명에서, 많게는 10명 정도의 배우들로 공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코러스 배우들 없이 공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1, 2차 오디션을 건너뛰고 바로 3차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 비공개 오디션에 참여하는 배우들은 누구일까?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배우 중 창작진이나 스태프들이 눈여겨보았던 배우들을 추천받거나 연극이나 뮤지컬 전공이 있는 학교 교수님들께 요청해 소수의 인원을 추천받기도 한다. 또한 배우들에게 추천받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요즘은 배우 지망생들이나 신인 배우들이 오디션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공연은 많이 올라가는 것 같은데 오디션은 열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강의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하더라도 공연장에서 하라고 가르친다. 오디션 사이트에 올라오는 오디션만 기다리고 있어서는 기회를 얻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으며 나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공연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여러 제작사의 직원들과 친분을 쌓고 비공개 오디션 정보를 얻어 보는 건 어떨까?

얼마 전 필자가 연출하는 뮤지컬 더 데빌의 비공개 오디션이 있었다. 그 정보를 알게 된 한 배우가 내게 SNS를 통해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나는 그 글을 프로듀서에게 보여주며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고 프로듀서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배우였는데도 오디션 기회를 얻기 위해 큰 용기를 낸 것이다. 공연계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곳이니 진심으로 다가가면 안 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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