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ETF 승인 기대감…연중 최고치 갈아치운 비트코인

기술주 하락과 탈동조화 움직임
빅테크기업 실적 기대 못미쳐
나스닥 지수 10% 이상 떨어져

美 SEC, 현물 ETF 승인 전망에
비트코인값 1년5개월來 최고치
블랙록, 증권식별코드 받은 듯

美 긴축정책 지속은 시장 변수
Getty Images Bank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비트코인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대표적 위험자산인 미국 기술주의 하락 폭은 커졌지만 또 다른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디커플링’(탈동조화) 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연말엔 4만5000달러(약 6000만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고점 갈아치운 비트코인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30일(오전 9시 기준) 0.03% 내린 4684만7000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4일(4559만9000원) 4500만원대로 올라선 뒤 하루 만에 4600만원대로 뛰었다. 한때 4736만5000원에 거래되면서 1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비트코인의 이번 상승세는 미국 기술주와 비슷한 가격 움직임을 보여왔던 것과도 다르다. 아마존 등이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알파벳, 메타 등 미국 빅테크는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나스닥지수는 7월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수석시장분석가는 “월가는 지금까지 빅테크의 수익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선방하는) 아마존이나 애플도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EC, 현물 ETF 승인할 것”

비트코인의 상승세에 힘이 실리는 것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현재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허용하고 있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이란 주장의 근거는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증권식별코드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의 코드는 ‘CUSIP’이다. 증권식별코드는 SEC에 상품 출시를 신청한 후 거치는 통상적인 절차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앞서 SEC와 그레이스케일 간 소송 결과도 현물 ETF 승인의 청신호로 해석됐다. 지난해 6월 그레이스케일은 SEC가 자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반려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원이 그레이스케일 손을 들어주면서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재검토해야 한다.미 투자은행(IB) JP모간은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신청을 기각할 경우 블랙록이나 아크인베스트 등 신청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특정 기업의 신청서만 승인해도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SEC가 동시다발적으로 현물 ETF를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ETF 운용사들은 실제 비트코인을 매입해야 한다. 또 기관투자가는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게 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ETF 운용자산(AUM)은 약 10조달러로 추산되는데, 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세계 ETF AUM 중 1%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된다면 이는 금 ETF AUM 900억달러를 상회한다”며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비 자금 유입 규모로 볼 때 현물 ETF 가격 영향력은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현물 ETF가 승인된다고 가격이 무조건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2004년 11월 금 현물 ETF, 2011년 11월 상장한 구리 현물 ETF 상장 시 금과 구리 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2006년 4월 은 현물 ETF, 원유 현물 ETF가 상장한 뒤 은과 원유 가격은 하락했다.

○거시 상황은 ‘변수’

비트코인 시장의 대형 호재에도 거시 경제 상황은 여전히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빗리서치는 “1년 넘게 지속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통화 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가격에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긴축 정책 종료가 가시권에만 들어와도 시장은 이를 선반영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고금리 상태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금융 사고’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 중소은행 위기가 대표적”이라며 “그럴 경우 금융 시장의 급락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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