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칩스법에 380조원 쓴다…韓기업, 공급망 재편 기회 노려라"

한경TV '글로벌 미래기술포럼'

'칩스법 제정 주도' 채터지 교수
美정부, 세제혜택·저리대출 제공
韓기업 지원책 적극 활용해야

한국, 대학·인재가 가장 큰 자산
세계 'R&D 허브'로 만들어야
‘2023 글로벌 미래기술포럼’이 2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반도체법 이행조정관을 지낸 아론 로니 채터지 듀크대 교수가 ‘미국 전략자산 변화, 오일에서 칩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한국 대기업과 관련 협력사, 중소기업이 미국 정부의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상당한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아론 로니 채터지 듀크대 교수는 27일 한국경제TV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 ‘2023 글로벌 미래기술포럼’에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제정으로 한국 기업이 다양한 혜택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터지 교수는 최근 1년 동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반도체법 이행조정관으로 있으면서 칩스법 제정을 주도했다.그는 “지난해 도입된 칩스법으로 (미국 정부는) 세제 혜택과 반도체 펀드·대출 등으로 2800억달러(약 380조원)를 지출할 것”이라며 “세계 각국 기업과 미국 도시들이 칩스법 관련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州정부 지원도 노려야”

이날 포럼에는 채터지 교수를 비롯해 베스트셀러 <칩워>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가해 글로벌 반도체 정책에 관해 논의했다.

채터지 교수는 미국 주정부들이 여러 지원대책을 쏟아내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도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지원책을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미국 전역에 160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며 “반도체 기업을 유치한 미국 도시들이 상당한 고용창출 효과를 얻으면서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채터지 교수는 이어 “텍사스, 애리조나 등 주정부는 반도체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따로 도입해 운영 중”이라며 “세제 인센티브는 물론 교육 연수 제공, 근로자 생활여건 지원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대학, 전 세계 R&D 허브 돼야”

한국 기업의 공급망 전략 변화도 제언했다. 채터지 교수는 “(인건비 등 비용이 저렴한) 인도가 반도체 등 첨단화 기술에 뛰어들었다”며 “한국 첨단기업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에 진출하는 전략을 이제는 접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경쟁력보다 특화한 기술로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반도체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전 세계 연구인력을 확보할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터지 교수는 “연구개발(R&D)은 천재의 작품이 아니라 팀워크의 결과물”이라며 “글로벌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세계에서 사람을 모으고 팀을 짜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과 인재는 한국의 가장 큰 자산 가운데 하나”라며 “세계 연구자를 모으는 ‘연구 허브’로 변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황철성 석좌교수는 “아시아 우수 인재들은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외국의 우수인력이 미국보다 한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채터지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의 기술적 전문성과 지정학적 이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韓 기업, 미 정부와 협상해야”

미국 정부가 칩스법을 근거로 한국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대제 전 장관은 “미국 정부는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받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민감한 정보 제출을 요구한다”며 “영업기밀 등 민감한 정보까지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칩스법에 따라 투자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예상 현금흐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채터지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 납세자의 세수를 바탕으로 칩스법 지원금을 편성한 것”이라며 “미국 국민을 위해 지원금이 쓰인다는 근거가 필요해 이 같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고 싶으면 미 정부와 협상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을 비롯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공평하게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있고 협상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최예린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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