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기성도덕에 반기 든 '비트세대의 제왕'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전통적 서사 거부한 잭 케루악
1951년 4월 잭 케루악이 타자기 앞에 앉았다. 29세였던 그는 미국 뉴욕에 살았다. 두 번째 소설을 쓰려던 참이었다. 종이를 갈아 끼우는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두루마리처럼 종이를 길게 이어 붙였다. 3주 동안 집중적으로 소설을 써 내려갔다. 완성했을 때 종이 길이는 36m에 달했다.

출간은 쉽지 않았다.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벗어난 실험적 작품이어서다. 외설적인 표현도 많았다. 1957년이 돼서야 수정을 거쳐 출간됐다. 책 제목은 <길 위에서>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무명 작가인 케루악은 단숨에 ‘비트 문화의 제왕’으로 등극했다.케루악은 192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났다. 1940년 컬럼비아대에 입학했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갖가지 직업을 전전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작가 윌리엄 버로스, 닐 캐시디, 앨런 긴즈버그 등과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도보 여행했다. 이때의 체험이 <길 위에서>의 바탕이 됐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즉흥적인 문체와 자유롭고 열정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소설은 당대의 젊은이들이 미국 사회의 물질주의와 고루한 기성 도덕에 반기를 들게 했다.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깨달음을 찾아 길 위로 나서게 했다.

최근 그의 자전적 소설 <빅 서>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하나로 출간됐다. 케루악이 캘리포니아의 빅 서 해변에서 보낸 1961년 가을, 단 열흘 동안 쓴 작품이다. 자연 앞에서 느끼는 실존적 낯섦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정신이 쇠퇴해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그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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