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 어벤져스' 일 디보 "세상 떠난 바리톤 빈자리 채워 7년만에 서울행"

2004년 결성된 다국적 팝페라 그룹
11월 21∼22일 7년 만에 내한공연

코로나 합병증으로 2021년 바리톤 카를로스 별세
미국 출신 스티븐 라브리가 빈자리 채워
"열정적으로 함께 춤추는 한국 팬 그리웠다"
세바스티앙 이장바르 (Sébastien Izambard, 프랑스), 스티븐 라브리 (Steven LaBrie, 미국), 데이비드 밀러 (David Miller, 미국) 우르스 뷜러 (Urs Bühler, 스위스)
일 디보(Il Divo)는 2004년 결성된 남성 4인조 팝페라 그룹이다. 글로벌 오디션으로 선발한 데이비드 밀러(미국), 세바스티앙 이장바르(프랑스), 우르스 뷜러(스위스) 등 세 명의 테너와 바리톤 카를로스 마린(스페인) 등 4개국 멤버로 결성됐다.

'하늘이 내린 목소리'라는 뜻의 그룹 이름처럼 이들은 다양한 언어로 장르의 경계 없는 음악을 노래했다. 클래식에서 뮤지컬 넘버, 팝송까지 일 디보의 목소리를 거치면 그들만의 특별한 하모니로 바뀐다. 네 명의 성악가들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그 동안 10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냈다. 전 세계 30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크로스오버 음악의 새로운 시작을 개척한 1세대로 평가 받는다. 성악의 경계를 벗어나 크로스 오버를 '누구에게나 어느 언어를 쓰더라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잡게 했다. 멤버들의 화려한 외모와 무대 매너도 월드 투어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 일 디보에게 절망의 순간은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찾아왔다. 바리톤 카를로스 마린이 2021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지난해 마린을 추모하는 공연을 해온 일 디보는 지난 8월 새 멤버를 영입했다. "이제 막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는 일 디보가 11월 21일과 22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 '어 뉴 데이 투어'를 연다. 국내에선 2007년 첫 내한공연 이후 2016년까지 총 4차례 무대를 선보였고, 이번 공연은 7년 만에 열리는 공연이다.

일 디보를 대표해 한국경제신문 아르떼와 서면으로 만난 데이비드 밀러는 "한국 팬들은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이라며 "2012년 내한 때 관객이 함께 무대에 올라와 춤 췄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밀러는 "동고동락했던 카를로스는 놀라운 목소리와 유머 감각, 중후한 매력과 탁월한 음악적 감각을 두루 갖춘 가수였다"며 "카를로스와 같은 사람은 다신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 디보는 항상 4개의 목소리로 노래해왔고, 바리톤 없이는 활동을 계속할 수 없었다. 이때 마린의 빈자리를 미국 출신의 바리톤 스티븐 라브리가 채웠다. 가장 어두웠던 시기를 함께 걸을 수 있게 도왔던 이다. "목소리가 필요한 순간 우리 곁에 있어준 고마운 목소리이죠. 환상적인 목소리는 물론 멋진 사람으로 우리 곁을 지켜줬습니다."

지난해엔 마린을 추모하는 분위기의 공연이었다면, 올해부터는 공연의 분위기가 다소 밝게 바뀌었다. 팀이 좋아하는 곡과 팬들이 사랑하는 노래를 선별해 일 디보만의 에너지를 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팬텀싱어'라는 TV프로그램을 계기로 크로스오버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일 디보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라고. 일 디보는 크로스오버 음악의 매력으로 새로움과 익숙함의 조화를 꼽았다. 팝, 클래식, 뮤지컬곡 등 다채로운 매력으로 사랑을 받아온 이들은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를 리메이크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에는 스티비 원더를 배출한 흑인음악의 산실 모타운 레코드 60주년을 기념한 앨범 '포 원스 인 마이 라이프'(For Once In my Life: A Celebration of Motown)를 발매했다. 밀러는 원곡의 장르와 관계없이 새롭고 진정성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래 곡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이 중요했다면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일 디보에겐 장애물이 없습니다. 다만, 즐기면서 노래할 수 있는 음역의 곡을 고르는 것이 유일한 장애물이에요. 나머지 모든 것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아래는 2012년 내한공연 당시 한국 관객과 함께 춤 추는 장면이 포함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KxZ9dS_6i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