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약고' 폭발 불씨 옮겨붙은 원유시장…WTI 4%대 급등

WTI 11월 선물 4% 급등
이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승인 소식 전해져
미국, 항공모함 및 전투기 급파

대리전으로 확전하면
원유시장·국제 정세 요동칠 듯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로켓포 등으로 기습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전쟁을 선포하며 하마스의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보복 공습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국제 정세뿐 아니라 세계 경제 상황마저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국제 유가는 8일(현지시간) 4% 수준으로 급등한 데다, 이란의 하마스 공격 승인 소식에 확전 가능성도 커졌다. 뉴욕 월가는 월요일 증시 개장을 앞두고 시장 변동성 대비에 들어갔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1월 선물은 이날 오후 11시 기준 전장보다 4.09% 급등한 배럴당 86.1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12월 선물은 3.77% 오른 배럴당 87.77달러에 거래됐다.
원유 시장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땐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 주요 원유 생산국이 아닌 영향이었다.하지만 이란이 사실상 하마스의 공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하는 데 이란 안보 당국자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지난 7일 이뤄진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도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지만, 이란이 오랜 기간 하마스를 지원해왔다고도 설명했다. 레바논 남부에 근거지를 둔 무장세력 헤즈볼라마저 이스라엘을 향해 박격포를 쏘면서 전쟁에 가담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항모전단을 이동 배치하고 F-35, F-15, F-16, A-10 등 역내에 전투기 편대를 증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현존하는 항모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제럴드 포드함이 포함돼 있다. 제럴드 포드함은 A1B 원자로 2기로 동력을 20년간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다.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9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 구리온 국제공항과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 로켓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이틀 만에 사망자도 이스라엘 700명,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400명 등 10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 수도 이스라엘에서 2100명, 가자지구 2300명 등 총 4400명에 달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