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날 의식 잃고 돌연사"…무서운 '연휴심장증후군'

긴 추석 연휴 음주 후 흉통 호소하면
연휴심장증후군 의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이들이 '연휴', '명절'을 행복한 단어로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다. 명절증후군은 명절이나 연휴 때 생기는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말한다. 대표 증상은 만성피로, 관절 통증, 두통, 극심한 스트레스, 소화불량 등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증상이다.

이런 명절증후군 증상 중 심각한 증상도 있다. 연휴심장증후군이다. 연휴 등을 맞아 단시간 동안 폭음 등을 할 때 생기는 부정맥 증상을 주로 의미한다. 평소 과음을 일삼던 사람이 명절 등 긴 연휴 기간 알코올과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부정맥 등 심장 이상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연휴심장증후군이 의료계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78년이다. 미국 뉴저지의대 필립 에팅거 박사가 미국심장학회저널에 이런 증상을 알렸다.

당시 에팅거 박사는 폭음을 한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부정맥 병력 여부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주말이나 공휴일 직후 부정맥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심장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폭음을 하면 갑자기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실제 해외에선 크리스마스나 새해 등에 심부전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동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연휴심장증후군이 발생하면 폭음을 하는 도중이나 숙취가 풀리지 않은 다음 날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가빠지고 흉통이 나타난다"며 "심하면 의식을 잃고 급박한 부정맥으로 돌연사를 부를 수도 있다"고 했다.연휴심장증후군은 사회활동이 왕성하고 술자리가 많은 35~55세 남성에게 많이 생긴다. 체내 알코올이 많이 들어오면 몸 속에서 분해되면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이 생긴다. 이 물질은 심장 수축 능력을 떨어뜨린다.

술맛을 좋게 하기 위해 첨가된 인공감미료나 각종 색소, 합성보존료 등도 심장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심장이 제 박자에 맞춰 수축하지 못해 무질서하고 가늘게 떨리는 심방세동이 잘 발생한다.

연휴심장증후군은 과음이나 폭음이 아닌 단 한 잔의 술로도 발생할 수 있다. 섭취한 알코올의 양뿐 아니라 심장 리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트륨 섭취량이나 과식,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 복합적 요인으로도 생길 수 있어서다. 이런 증상을 예방하려면 폭음을 삼가고 과음한 뒤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가지 않는 게 좋다. 술을 마신 뒤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거나 사우나를 즐기면 혈관이 확장해 심장으로 갑자기 혈류가 몰릴 수 있다.

음주 후 격렬한 움직임도 자제해야 한다. 술을 마신 뒤 노래방 등에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면 알코올을 땀으로 배출시켜 술이 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갑작스런 움직임 탓에 심장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샷과 폭탄주도 삼가야 한다. 술을 급하게 마시거나 섞어 마시면 인체는 알코올 탓에 갑자기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빨리 제거하기 위해 혈액순환을 높인다. 이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액순환 속도가 증가해 혈관에 대한 압박이 커진다. 폭탄주도 알코올 흡수속도가 빨라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술을 마신 뒤 커피를 마시는 것도 금물이다. 술을 마시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면 부정맥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카페인은 독약과도 같다.

이 교수는 "오랜만에 가족, 친지와의 만남이 반갑겠지만 절제 있는 생활이 필요하다"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는 폭음, 과식 등을 피하고 연휴 기간에도 규칙적 생활을 하는 등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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