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뒤집어 까는 강동원? 철저한 오락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추석연휴 '韓 빅3' 중 하나

줄거리는 뻔하고 식상하지만
화려한 액션 돋보이는 '오락영화'
맞고, 구르는 강동원 연기 인상적
강동원이 눈을 뒤집어 깐다. 문득 수상한 기운을 느낀 듯 손가락으로 마당에 있는 돌 조각상을 가리킨다. "저 놈이 문제야!" 강동원이 조각상을 향해 칼을 던지자, 마당에 바람이 불고 조각상은 피를 토해낸다.

이건 모두 다 가짜다. 엉터리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미리 준비한 연출이다. 사실 그는 정신과 의사다. 문제의 원인은 귀신이 아니라 마음 속에 있다고 믿는, 그래서 적당히 듣기 좋은 말만 해주고 돈만 벌면 된다고 믿는 '사짜'다.
'거미집', '1947 보스톤'과 함께 추석연휴 '한국영화 빅3'로 꼽히는 '천박사: 퇴마연구소'는 이렇게 시작한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등 굵직한 대작들의 조감독 출신인 김성식 감독이 처음으로 총연출을 맡았고, 강동원이 주연으로 나섰다. 세 영화는 같은 날(27일) 동시 개봉한다. 화제성만 놓고 보면 단연 1등은 천박사다. '강동원 효과'에 힘 입어 개봉 열흘 전부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천박사는 오락영화의 공식을 철저히 따른다. '가짜 퇴마사'라는 코믹한 콘셉트, 주인공 옆에서 감초 역할을 해주는 조수 인배(이동휘 분), 거기에 진짜 귀신을 보는 유경(이솜 분)과 악귀 범천(허준호 분)의 등장, 주인공의 숨겨진 사연까지. 뻔하고 익숙한 줄거리가 이어진다. 깊은 감정연기나 심오한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복잡하지 않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화려한 액션을 즐기면 된다. 컴퓨터그래픽(CG)은 유치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가족영화'라고 생각하면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12세 관람가인 만큼 아주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도 없다.원제였던 '빙의' 대신 코믹함이 엿보이는 '천박사: 퇴마연구소'로 제목을 바꾼 것도 가족 단위 관람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기생충 지하실 부부, 블랙핑크 지수, 박정민 등 반가운 얼굴의 특별 출연자를 보는 것도 재미다.
돋보이는 건 강동원의 액션이다. "최대한 내가 맞고 굴러다녀야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던 그는 실제로 러닝타임 내내 맞고, 도망치고, 구른다. 문경의 작은 마을에서 4일간 찍은 추격신, 동굴에서 벌이는 범천과의 칼싸움 등 다양한 액션신으로 98분을 채웠다. 요즘 영화 치고는 짧고 가벼운,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다.

어쩌면 관객들은 이런 영화를 기다려온 게 아닐까. 27일 개봉.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