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 [고두현의 인생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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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
스콜라 철학의 대부인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의 명언이다. 그는 늘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라며 독선적 이념의 폐해를 경계했다. 그가 로마 근교 수도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수도원장이 한 젊은 수도사에게 “맨 처음 만나는 수도사를 데리고 시장을 봐 오라”고 지시했다. 젊은 수도자는 눈에 띄는 한 뚱보를 잡아끌고 시장에 갔다. 걸음이 느린 뚱보에게 퉁을 주며 야단을 쳤다.
이를 본 시장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분이 누구신지 알아요?” “누구긴요. 수도사지.” “정말 모른단 말이오? 우리 시대 최고 석학이자 교황의 존경을 받는 토마스 아퀴나스 선생님을?”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사람들이 “왜 선생님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습니까”라고 묻자 아퀴나스는 조용히 대답했다. “수도사의 본분은 순종과 겸양입니다. 저 젊은 수도사와 저는 그 본분을 따랐을 뿐입니다.”또 다른 일화. 아퀴나스가 교황청 발코니에서 교황과 함께 있을 때였다. 세금 수송마차가 돈을 가득 싣고 들어오는 걸 보고 교황이 말했다. “저걸 보시오. 이제 교회가 ‘은과 금은 내게 없노라’고 말하던 시대는 지나갔소.” 그러자 그가 답했다. “예. 하지만 이젠 앉은뱅이에게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교회가 말할 수 있던 시대도 지나갔습니다.”
둘의 대화는 사도행전의 베드로를 인용한 것이었다. 베드로가 구걸하는 병자에게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며 그를 일으켜 세운 이야기였다.
아퀴나스는 이처럼 겸손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쓴 100권 분량의 방대한 저서 <신학대전>도 신학과 철학,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한 균형점에서 나왔다. 이는 진리 앞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자세를 잘 보여준다.그의 가르침처럼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은 아집과 오만, 편견의 늪에 빠지게 된다. 세상을 흑백으로 나누면 확증편향에 갇힌다. 비뚤어진 신념은 불행을 초래한다. 소설 <독일인의 사랑>을 쓴 철학자 막스 뮐러가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라고 한 것과 같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가 ‘디지털 신화’를 일군 것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아우르며 ‘인문과 기술의 교차로’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은 덕분이었다.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연설 문구 “계속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는 <지구백과(The Whole Earth Catalog)>의 마지막 페이지에 새겨진 말이었다. 그는 이 책을 탐독하며 문명과 기술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고 훈련’을 통해 인류사의 물줄기를 바꿨다.잡스뿐 아니라 많은 유명인이 “한 분야에서 실패했다고 기죽지 말고, 폭넓은 시야를 갖고 도전하라”고 권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두려웠던 실패가 현실이 되면서 오히려 자유로워졌다”며 “나는 살아 있었고, 낡은 타자기와 엄청난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도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칠삭둥이 조산아로 언어장애와 유급, 낙선의 아픔을 딛고 좌우를 통합하며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고 ‘위대한 영국’을 만든 힘이 여기에서 나왔다. 그는 정치적 혼란기일수록 대립과 편향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웠다.
졸업과 함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두 눈이 필요하고, 미지의 세계로 날기 위해서는 두 날개가 필요하다. 균형과 조화, 성찰과 지혜, 열정과 성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겸양과 지성, 균형과 조화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때다.
고두현 시인 kdh@hankyung.com
스콜라 철학의 대부인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의 명언이다. 그는 늘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라며 독선적 이념의 폐해를 경계했다. 그가 로마 근교 수도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수도원장이 한 젊은 수도사에게 “맨 처음 만나는 수도사를 데리고 시장을 봐 오라”고 지시했다. 젊은 수도자는 눈에 띄는 한 뚱보를 잡아끌고 시장에 갔다. 걸음이 느린 뚱보에게 퉁을 주며 야단을 쳤다.
이를 본 시장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분이 누구신지 알아요?” “누구긴요. 수도사지.” “정말 모른단 말이오? 우리 시대 최고 석학이자 교황의 존경을 받는 토마스 아퀴나스 선생님을?”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사람들이 “왜 선생님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습니까”라고 묻자 아퀴나스는 조용히 대답했다. “수도사의 본분은 순종과 겸양입니다. 저 젊은 수도사와 저는 그 본분을 따랐을 뿐입니다.”또 다른 일화. 아퀴나스가 교황청 발코니에서 교황과 함께 있을 때였다. 세금 수송마차가 돈을 가득 싣고 들어오는 걸 보고 교황이 말했다. “저걸 보시오. 이제 교회가 ‘은과 금은 내게 없노라’고 말하던 시대는 지나갔소.” 그러자 그가 답했다. “예. 하지만 이젠 앉은뱅이에게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교회가 말할 수 있던 시대도 지나갔습니다.”
둘의 대화는 사도행전의 베드로를 인용한 것이었다. 베드로가 구걸하는 병자에게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며 그를 일으켜 세운 이야기였다.
아퀴나스는 이처럼 겸손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쓴 100권 분량의 방대한 저서 <신학대전>도 신학과 철학,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한 균형점에서 나왔다. 이는 진리 앞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자세를 잘 보여준다.그의 가르침처럼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은 아집과 오만, 편견의 늪에 빠지게 된다. 세상을 흑백으로 나누면 확증편향에 갇힌다. 비뚤어진 신념은 불행을 초래한다. 소설 <독일인의 사랑>을 쓴 철학자 막스 뮐러가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라고 한 것과 같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가 ‘디지털 신화’를 일군 것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아우르며 ‘인문과 기술의 교차로’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은 덕분이었다.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연설 문구 “계속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는 <지구백과(The Whole Earth Catalog)>의 마지막 페이지에 새겨진 말이었다. 그는 이 책을 탐독하며 문명과 기술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고 훈련’을 통해 인류사의 물줄기를 바꿨다.잡스뿐 아니라 많은 유명인이 “한 분야에서 실패했다고 기죽지 말고, 폭넓은 시야를 갖고 도전하라”고 권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두려웠던 실패가 현실이 되면서 오히려 자유로워졌다”며 “나는 살아 있었고, 낡은 타자기와 엄청난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도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칠삭둥이 조산아로 언어장애와 유급, 낙선의 아픔을 딛고 좌우를 통합하며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고 ‘위대한 영국’을 만든 힘이 여기에서 나왔다. 그는 정치적 혼란기일수록 대립과 편향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웠다.
졸업과 함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두 눈이 필요하고, 미지의 세계로 날기 위해서는 두 날개가 필요하다. 균형과 조화, 성찰과 지혜, 열정과 성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겸양과 지성, 균형과 조화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때다.
고두현 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