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해도 美 따라 오르는 국채 금리…연 4% 넘어서나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5월 4.21%에서 6월 4.26%로 오른 데 이어 7월 4.28%로 다시 0.02%포인트 올랐다. /연합뉴스
최근 국고채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했지만 시장금리는 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국고채 금리가 연동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유효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따라 오르는 국채금리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연 3.82%로 나타났다. 지난 4월말 연 3.36%에서 0.48%포인트 뛰었다. 이날 오전 중에도 장중 연 3.97%를 넘으며 연 4% 턱밑까지 치솟고 있다.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동안 한국의 통화정책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들어 5회 연속 동결을 선택했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국채 금리가 오른 것은 미국의 국채금리와 동조화한 영향으로 한은은 설명했다. 최강욱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 등은 BOK이슈노트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장기물을 중심으로 양국의 금리 동조화가 여전히 강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4월말 연 3.42%에서 지난달 말 연 4.11%로 크게 높아졌다.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리가 뛴 것이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물가를 낮추기 위한 긴축 장기화에 힘이 실린 영향으로 파악된다.한은은 이슈노트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 동조화 현상은 오래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동조화가 더 강해진 것으로 파악뇌다. 10년물 국채금리의 상관계수는 금융위기 이전 0.57에서 위기 이후 0.7로 높아졌다. 계수가 높을수록 서로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동조화 현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양국이 모두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과감한 긴축을 해서다. 1년물과 10년물 등 단기물과 장기물을 가리지 않고 상관계수가 0.96~0.98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올해는 양국의 통화정책이 차별화하면서 단기물을 중심으로 동조화가 약화하는 흐름이다.

단기물은 동조화 약화…"고정형 주담대 주시해야"

한은 분석 결과 미국 국채 금리의 한국 금리에 대한 영향은 3개월물이 작년 18%에서 10%로 하락했다. 1년물은 작년 19%에서 올해 14%로 축소됐다. 반면 10년물은 59%에서 56%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이같은 현상은 금리 동조화의 요인인 실물경제, 통화정책 기대, 글로벌 유동성 등의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2%로 내려오고, 성장률이 1%초반으로 전망됐다. 저물가 저성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대신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다.

이를 반영한 통화정책도 중단기적으로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단기적으로는 한미 정책금리차가 소폭 확대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는 단기물의 동조화를 약화하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반면 통화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수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10년물 등 장기국채가 미국 국채금리를 따라 오르는 모습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은은 국고채가 단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금리와의 동조화가 약화하면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대체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가계와 기업 대출이 1년 이하 단기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늘고 있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미국 국채금리 변화에 연동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이 긴축 장기화와, 이른 통화완화 등으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동조화 현상에 주목해 시장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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