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테마株 광풍 끝…산업재·지주사 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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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자산운용 의장 인터뷰“2차전지, 초전도체, 맥신 등 테마주 광풍은 곧 끝날 겁니다. 특정 업종과 종목으로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격차가 너무 커졌어요.”
2차전지·초전도체 쏠림 현상
시장 색깔 바뀌며 가치株 부각
'라이프韓기업ESG' 올 31% 수익
돌아온 ‘가치투자의 대가’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8일 서울 여의도 라이프자산운용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반기엔 시장 색깔이 바뀌면서 고금리 인플레이션 시대에 맞는 가치주가 재평가받는 장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올해만 4000억 끌어모아
이 의장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과 함께 국내 가치투자 1세대 펀드매니저로 꼽힌다. 한때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2010년 중반부터 변화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부진을 거듭하다 2020년 말 공모펀드 시장을 떠났다. 증권가에선 ‘이채원 시대도 끝났다’는 얘기가 파다했다.이 의장은 이듬해인 2021년 6월 유경PSG자산운용 출신 강대권 대표와 의기투합해 라이프자산운용을 차렸다. 그로부터 약 2년 만에 운용자산(AUM) 규모가 7190억원으로 늘어났다.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에만 4000억원 불어났다. 대표 펀드인 ‘라이프한국기업ESG향상 제1호’의 올해 수익률은 31.44%로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17.14%포인트 앞섰다.이 의장은 “야인생활을 하며 뼈저린 후회와 반성을 했다”며 “밸류에이션이 싼 주식을 찾는 과거의 가치투자 전략이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그를 바라보며 펀드매니저의 꿈을 키운 ‘이채원 키즈’ 중 한 명인 강 대표와 오랜시간 토론하며 전략을 수정했다.
○‘착한 행동주의’로 전략 선회
이 의장은 인생 2막을 행동주의 펀드로 시작했다. 이 의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저평가된 기업들 가운데 스스로 변할 의지가 있는 곳을 찾아 컨설팅과 주가를 누르고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에 힘썼다”며 “과거처럼 사놓고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5% 미만 소수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개선해 나가는 ‘넛지’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SK㈜에 주주서한을 보내 자사주 소각을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이 의장은 하반기 유망한 분야로 반도체, 산업재, 지주사를 꼽았다. 이 의장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공장자동화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재고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 반도체 종목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지주사는 저평가돼 있고 과거보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향후에도 꾸준히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그는 “금리와 물가가 오르면서 후발 주자는 제로금리 시대보다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좋은 부지와 현금, 인력 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업종별 1등주에 유리한 판이 깔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이지효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