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단식에 피로감…비명계 "이재명 사퇴하라"

당내 중도파도 지역 의원들도
對정부 투쟁 장기화 불만 호소
< 이재명 단식장서 ‘쓰레기’ 발언 항의하다 끌려나가는 태영호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국회 앞에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투쟁 천막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태 의원은 전날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을 향해 ‘쓰레기’ ‘빨갱이’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고 이 대표에게 항의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투쟁이 8일 차에 접어들면서 당 일각에서 “단식을 중단하고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퇴론은 당내 비이재명(비명)계에서 나왔지만, 상당수 의원과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대정부 투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로 집계된 점을 지적하며 “이 대표가 (단식이란)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했지만, 민주당 지지도는 오르기는커녕 떨어졌다”며 “단식을 풀고 이 대표가 결단해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결단이 사퇴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묻는 말에 이 의원은 “그렇다”고 했다.사퇴론은 비명계 내부에서도 소수론에 가깝지만, 강경 투쟁 노선에 대한 불만은 당내 중도파에서도 감지된다. 이 대표가 단식 중단의 조건으로 내건 전면 개각과 일본의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에 대해 정부가 전혀 응하지 않으면서 투쟁이 벽에 부딪혔다는 이유에서다. ‘출구전략’ 없는 투쟁을 중단하고 총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누적된 불만에 지도부도 당분간 장외투쟁보다 국회 내부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도부는 이번주 토요일 열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집회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대규모 인파를 동원한 행사를 자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외 집회에 동원되는 지방 조직의 자원 소모와 불만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지방 의원실 보좌관은 “연초부터 9개월 가까이 매주 지역 조직을 동원한 집회가 이어지면서 지역 조직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당원들이 버스를 대절해 서울을 오가는 것도 다 비용인데, 이대로 가면 총선을 치르기 어려울 정도”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 대표는 9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로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대정부질문이 끝난 직후인 토요일 검찰에 출석해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소환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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