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주성' 관뚜껑 다시 열자는 野

文정부 때 경제 망친 철 지난 정책
새 정부도 失政 되풀이하란 건가

강경민 경제부 기자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폐기해 내수 소비가 위축됐고 외교 실패로 수출이 감소했어요. 문재인 정부 때보다 나아진 경제지표가 있습니까?”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6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자로 나선 김경협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문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이었던 소주성을 꺼내 들었다. 수출과 소비 등 경제지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김 의원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소주성 폐기와 외교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또 다른 얘기다.소주성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여주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 증대라는 선순환보다 일자리를 줄이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됐다.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축소됐고, 자영업자들의 폐업도 잇따랐다. 소주성은 지난해 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후 당 강령에서도 제외하는 등 폐기처분됐다.

수출이 감소세인 이유는 반도체산업의 부진 여파다. 중국 내수시장의 소비 침체 영향도 컸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과는 상관이 없다는 점은 야당 의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야당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사례로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이 고물가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 정부 출범 두 달 후인 작년 7월 6.3%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대 초반을 유지하던 물가 상승률이 들썩이기 시작한 건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4분기다. 당시 정부는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듬해 3월 4%대로 올라선 데 이어 문 정부 임기 마지막 달이었던 5월엔 5%대까지 치솟았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누르면서 모든 부담을 현 정부에 떠넘긴 것도 문 정부다. 야당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추경을 못 하는 이유가 문 정부의 무분별한 확장재정에 따른 과도한 빚 부담 때문이라는 점은 인정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이쯤 되면 경제도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들을 법하다.

“문 정부처럼 빚도 500조원쯤 얻고 인플레이션이 되든 말든 금리를 낮추면 된다. 하지만 저희는 절대 그렇게 못 하겠다. 중장기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나라를 이룰 것이다.”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한 한 총리의 답변이야말로 ‘우문현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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