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팔아 월 1000만원 매출"…연금 받듯 돈 버는 男 [방준식의 N잡 시대]

'마플샵'서 활동중인 신상훈 씨

티셔츠 디자인 시안만 올려 놓으면
알아서 제품 제작,배송,고객관리 해줘
매달 디자인 수익 20~30% 들어와
"월급보다 많아지자 과감히 독립했죠"
저는 YG엔터와 샌드박스에서 아이돌·유튜버들의 굿즈 상품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무수히 많은 컨펌을 받아야 합니다. 사람으로 인한 피로감이 컸죠. 30대 초반에 문득 '내 마음대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퇴근 후에는 휴식이자 부업을 겸해 저만의 캐릭터가 들어간 티셔츠 디자인을 만들기 시작했죠. 사람이 주인공인 일은 그만하고 싶어 동물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거든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7080 록 음악 디자인과 결합해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었죠. 굿즈 플랫폼에 디자인 시안을 올려두면 △제작 △배송 △고객관리까지 알아서 다 해줘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디자인만 잘하고 홍보만 잘하면 계속 수익이 나는 구조였죠. 입소문이 나더니 수익이 월급보다 많아지자 독립을 결심했습니다. (웃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월급 없는 삶'을 꿈꾼다.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한 디자이너는 직장을 다니면서 조용히 도전을 시작했다. 연예인의 유명세가 아닌 내가 만든 제품만으로도 잘 팔릴 수 있을지 승부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놀이 겸 티셔츠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7080 록스타 모습을 한 동물 캐릭터를 만들었다. 인터넷에 유행하는 밈(Meme)도 함께 녹였더니 SNS에서 반응이 왔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N잡러로 활동하다 올해 본격적으로 독립했다. 크리에이터 커머스 '마플샵'에서 활동 중인 신상훈(36) 씨의 이야기다.
'마플샵'에서 활동 중인 신상훈(36) 씨.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크리에이터 커머스 '마플샵'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신상훈(36) 입니다. 산업디자인과를 나와 마케팅 전시기획 일을 했습니다. 2016년부터 YG엔터에서 연예인들의 굿즈 상품(MD) 디자인을 담당했죠. 2019년부터는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유튜버들의 아이템을 디자인했습니다. 올해 6월부터 독립해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죠."Q. 어떻게 처음 크리에이터를 하시게 됐나요.
"디자인 일을 하다 보면 사람으로 인한 피로감이 컸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지만, 직업이 되니 스트레스가 쌓였죠. 30대 초반에 문득 '내 마음대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크리에이터에 도전했죠. YG에서 일할 당시 샘플 제작을 위해 해당 플랫폼을 많이 이용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Q. 상품 속 캐릭터들이 전부 동물입니다.
"주로 연예인 유튜버의 굿즈를 제작하다 보니 사람이 주인공인 일은 그만하고 싶었어요. (웃음) 동물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실제로 고양이도 키웠거든요. 동물은 귀엽기도 하지만 죄를 짓지 않아요. 사람이 주인공이면 사건·사고가 터질 경우 상품을 전부 폐기해야 하는 등 리스크가 크거든요. 동물은 호불호가 덜하다고 생각해 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삼자 생각했죠. 제가 좋아하는 7080 록 음악 디자인과 결합해 독창적인 상품들을 만들었죠."

Q. 크리에이터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본업은 개인 디자인 회사에서 클라이언트 의뢰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디저트 샵도 함께 운영 중이죠. 디자인 업무가 끝나거나 여유가 생겼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휴식 놀이 겸 부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상훈 씨가 제작한 굿즈 이미지.
Q. 혼자서 일하기에 버겁지 않나요.
"플랫폼에 디자인 시안만 올려두면 제작부터 배송, 고객서비스(CS)까지 전부 플랫폼이 알아서 해줍니다. 저처럼 N잡으로 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죠. 디자인만 올려두고 홍보 마케팅만 잘한다면 계속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플랫폼에서 디자인이 없는 무지 티셔츠를 마련해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제작하는 프린트 온 디멘드(Print On Demand, POD) 방식이죠. 디자이너가 재고를 쌓거나 그럴 필요가 없죠. 해외에서 많이 하는 시스템입니다. 스마트폰 케이스의 경우 기종이 워낙 다양해 재고가 많이 쌓입니다. 하지만 티셔츠는 색상도 단순하고 사이즈도 일정해 주문 제작 방식이 효율적이죠."

Q. 홍보 마케팅이 관건이겠습니다.
"평소에 제가 디자인한 결과물을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벌려고 시작한 것 아니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 창구였죠. 하지만 초기에는 반응이 없으니 불안했죠. 저만의 콘텐츠가 필요했어요. YG에서는 아티스트의 신곡이 나오면 컨셉에 맞게 굿즈를 만들었어요. 동물에 어떻게 적용할까 싶어 동물이 등장하는 동요 컨셉을 가져왔어요. 그러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Meme)을 응용했더니 조금씩 반응이 왔어요."

Q. 가장 인기 있던 제품은 무엇이었나요.
"최근에는 MBTI 관련 상품들이 잘 나가요. '너 T야?'라는 문구가 적힌 상품이었죠. 트렌드를 파악해 아이디어를 얻고 빠르게 디자인을 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획력이 생명이죠. SNS를 통해 바이럴이 되고 있습니다. 친구나 가족 여행용 티셔츠, 동물이 별명인 친구 선물, MBTI 티셔츠도 단체 티로도 인기입니다."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제품 가격은 2~3만원으로 일반 브랜드 티셔츠보다 저렴하게 잡은 편입니다. 판매되면 20~30%가 디자인 수익으로 들어옵니다. 매출은 대목인 여름과 신제품이 출시하면 오르는 편입니다. 한창 유행을 탔던 때에는 월매출이 1000만원 단위로 생기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본업이 바빠 업로드를 못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올린 디자인만으로 월 200만원 정도 꾸준히 발생합니다. 한번 디자인을 올려두면 수익이 계속 나오죠."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초기 비용이 거의 안 들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림보다 사진을 주로 이용하느라 유료 이미지를 썼습니다. 제품 반응이 오자 샘플을 별도 제작해서 직접 입어 보고 테스트했죠. SNS에 소액으로 광고도 진행했습니다. 다른 사업들에 비해 홍보 마케팅 비용이 비교적 저렴합니다."
마플코퍼레이션 굿즈 이미지.
Q. 플랫폼은 누구나 디자인을 올릴 수 있나요.
"초기에는 디자인이 적합한지 심사받아야 했습니다. 현재도 입점을 원하는 누구나 마플샵에 본인의 IP를 바탕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업로드해 셀러로 신청하면, 마플샵에서 독창성 등을 고려해 셀러(크리에이터 판매자)를 선정하고 있죠."Q. 생성형 AI를 활용한 디자인도 가능하겠습니다.
"AI가 만든 이미지들이 퀄리티가 워낙 높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더군요. 이제는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상품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못 그린 그림이나 어설픈 디자인에도 열렬히 반응이 오거든요."

Q.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누구나 굿즈를 만드는 시대입니다. 쉽게 제품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죠. 본인이 그림을 그리거나 AI 이미지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림을 못 그려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죠. 못 그리거나 어설픈 디자인이라도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작은 수익이 점점 커집니다. 시작에 부담이 없는 점도 장점이죠. 저도 처음에는 지인들이 1~2개씩 제품을 사주는 게 전부였죠. 하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제 브랜드를 따라 만든 제품들이 나왔죠. 누구나 크리에이터는 될 수 있지만 콘텐츠 역량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립니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중요하죠."

Q. 독립 결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월급 없는 삶이 걱정되고 두려웠습니다. 저는 주로 연예인의 IP를 활용한 디자인을 하다 보니, 나의 디자인이 좋아 제품이 잘 팔리는지, 아이돌이나 유튜버의 인지도 때문이었는지 분간이 안 됐죠. 오직 내가 만든 디자인으로만 승부를 보고 싶었어요. 본업을 하면서 4년 동안 부업으로 계속했죠. 들어오는 수익이 직장 월급보다 커지면서 확신이 들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과감하게 버리고 새롭게 도전해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성격이었죠. 직장 다닐 때보다 들쭉날쭉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수익이 더 높습니다. (웃음)"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N잡이나 부업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재미는 각자가 느끼는 것이 다르죠. 어떤 분들은 물건을 판매하는데, 누군가는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기존 본업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 활용한다면 삶의 밸런스를 지키면서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재미가 없으면 계속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어떤 부분에 재미를 느끼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초기 비용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많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잘 찾아서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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