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Bing)은 구글만 못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자기비하…왜?

사진=AP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자사 플랫폼 서비스의 시장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해 제정한 디지털시장법(DMA)의 규제 대상(게이트키퍼) 명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6일(현지시간) 디지털시장법상의 게이트키퍼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디지털시장법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관문(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영업활동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EU가 제정한 법안이다.집행위는 지난달 알파벳,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7개사를 게이트키퍼 후보군에 올린 뒤 각사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토대로 내부 검토를 진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게이트키퍼에 최종적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사의 플랫폼 서비스가 생각만큼 대중적이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특히 검색엔진 빙(Bing)의 시장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사 구글의 검색엔진이 빙(Bing)보다 훨씬 더 막강한 만큼 "구글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받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빙(Bing)이 규제 대상 서비스에 포함되면 향후 사용자에게 구글 등 경쟁사의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운영체제인 윈도우가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전망이다.

애플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애플 채팅앱 아이메시지(iMessage)가 경쟁 앱인 메타의 왓츠앱 정도의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논리다. 분석가들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에 내장된 아이메시지의 전 세계 사용자가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애플은 사용자 수치를 시장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FT는 "EU 집행위가 아이메시지가 운영되는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게이트키퍼 지정 여부가 달라질 전망"이라고 전했다.디지털시장법이 적용될 플랫폼 분야는 △가상비서 △검색엔진 △광고서비스 △비디오공유서비스 △온라인중개서비스 △운영체제(OS) △인터넷 브라우저 △커뮤니케이션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SNS 등 총 열 개다. 이 분야에서 △유럽 3개국 이상에서 동일한 서비스 제공 △과거 3년간 유럽 연 매출 75억유로 또는 전년 말 기업가치 750억유로 이상 △과거 3년 EU 내 월간 활성 이용자 4500만 명 또는 기업 고객사 1만 개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면 게이트키퍼에 오른다.

디지털시장법은 내년 1분기부터 시행한다. 게이트키퍼로 확정되면 10개 규제 대상 플랫폼 중 각 기업이 해당되는 분야에서 규제를 받게 된다.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취득한 고객 데이터를 결합·이전할 수 없고, 광고에 활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의무 사항을 위반하면 직전 연도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받을 수 있다. 법 위반 행위를 반복하면 과징금 상한선은 매출의 20%로 올라간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