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수혜 끝나버렸네"…레고, 영업이익 확 쪼그라들었다

레고 영업이익 19년 만에 최대폭↓

상반기 매출 1% '찔끔' 증가…영업이익은 19% 줄어
마텔 등 경쟁사 대비 선방…"시장보다 항상 앞서가"
공격적 매장 확장 전략…"신규 매장 절반이 중국에"
덴마크 장난감 회사 레고의 영업이익이 19년 만에 최대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나타났던 폭발적인 성장세가 잠잠해지면서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실적이 줄줄이 뒷걸음질하는 와중에도 매출을 늘리며 전 세계 장난감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회사는 중국 등에서의 공격적인 오프라인 매장 확장 전략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고는 30일(현지시간)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274억크로네(약 5조3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과 2021년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17%, 2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그러나 마텔, 하스브로, 펀코, 잭스퍼시픽 등 주요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완구 업체들의 매출이 두 자릿수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레고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9% 후퇴한 64억크로네(약 1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감소 폭이 “2004년 이후 최대”라고 전했다. 순이익은 51억크로네(약 9900억원)로, 전년 대비 17% 줄었다.

장난감 산업은 팬데믹 기간 ‘봉쇄’ 등 방역 정책으로 전 세계적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수혜를 입은 산업 중 하나다. 2021년 상반기 레고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각국이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접어들면서 이런 흐름도 뒤바뀌었다는 분석이다.닐스 크리스티안센 최고경영자(CEO)는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에 대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신규 공장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크리스티안센 CEO는 올해 레고의 연간 매출 증가율 전망을 “한 자릿수 어딘가”로 조정했다. 애초 지난 3월에 내놨던 예측은 “높은 한 자릿수”였다.

실적이 주춤해졌지만, 투자 계획은 계획대로 실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레고는 한 가문이 소유한 기업이고, 재정적 여건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지난 4~5년간 계속해서 같은 속도로 시장보다 앞서갔다. 올해는 단지 시장이 좋지 않은 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레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89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올해 목표치는 150개 내외다. 실현되면 전 세계 매장 수는 약 1050개에 이른다. 신규 매장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출점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54개 매장을 중국에 냈다. 연말까지 중국 내 레고 매장 수는 5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는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웠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중국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 즉 레고를 가지고 놀 기회가 있는 아이들의 수는 엄청나다”며 “(중국에서의) 우리의 입지는 아직 미약하기 때문에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5~10년 동안 현재와 같은 속도로 매장 수를 늘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장난감 산업에서 레고의 위상은 견고하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지난 6개월은 완구 업계에 도전적이었지만, 최근 5년간 레고의 성장 속도는 전체 시장보다 12%포인트씩 빨랐다”고 말했다. 스타워즈, 배트맨, 해리포터, 닌자고 등 테마를 활용해 제품 라인업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간 것이 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완구업계가 부채 급증, 매출 급감 등으로 허덕이던 당시 시장에선 기업들이 포트폴리오 확장 없이 기존 제품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올해 포트폴리오를 750여가지로 다각화할 것”이라며 “라인업 중 48%가 신규 제품”이라고 말했다.레고는 주요 시장 근처에 공장을 둬 운송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현재 미국은 레고 제품을 멕시코의 공장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2025년 버지니아에 새 공장이 들어서면 더욱 효율적인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내년 중 베트남에도 새 공장을 열 계획이다. 기존 공장 5곳 중 4곳도 증설하고 있다.

레고는 또 제품 생산 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률을 줄이기 위한 지출액을 2025년까지 연간 30억달러로 세 배 늘릴 계획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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