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美 7월 기존주택 거래 연초 이후 최저인데…가격은 상승

미국의 지난달 기존 주택 거래량이 연초 대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물량이 적은 데다 높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서다.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7월 기존 주택 매매는 407만채로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416만채) 대비로는 2.2% 감소했다. 경제학자들은 주택 매매가 415만채로 전월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 로이터는 모든 지역에서 연간 주택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전했다.지난달 시장에 나온 기존 주택은 111만채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줄었다. 7월 기준으로 매물로 나온 기존 주택 재고를 소진하는 데는 약 3.3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3.2개월 대비 늘어난 수치다.

주택 가격을 억제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고공행진하는 모기지 금리다. 미 중앙은행(Fed)이 지난해부터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정책으로 모기지 금리는 최근 2001년 이후 2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국책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 평균은 연 7.09%에 육박한다. 30년 고정금리 모기지는 미국 주택 구매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다.

차입비용이 높으면 기존 주택 매매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 전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낮은 금리를 유지하려 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며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다. 이 경우 일부 주택 수요자들은 신규 건설되는 주택을 찾아가고, 일부 수요자들은 주택 매매를 포기한다.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주택) 판매를 주도하는 두 가지 요인은 재고 가용성과 모기지 금리인데, 둘 모두 구매자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판매의 중위가격은 40만6700달러(약 5억4400만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 올랐다. 공급량 부족으로 거래 자체가 많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7월 판매된 주택의 74%는 시장에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매물이었다. 첫 구매자가 전체 구매자 중 30%를 차지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내년까지 모기지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주택 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 매튜 월시는 “단기 모기지 금리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내년부터는 정상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 모기지 금리가 이미 저금리 시기 때 주담대 대출을 받아놓은 소비자들의 금리와 경쟁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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