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올해는 사과 대신 멜론 드세요"…추석 앞두고 '비상'

추석 선물세트 바꾼 장마
배·사과 값 인상에 품질 떨어져
선물세트 물량 확보 비상 걸려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과일값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이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스1
“추석 과일이요? 올해는 조상님도 취향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올 추석(9월29일) 제수용 및 선물용 과일 가격 전망을 묻자 이 같이 말했다.

21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 따르면 올해는 장마와 폭염에 태풍까지 휩쓸고 가면서 추석을 앞두고 수확할 사과, 배의 작황과 품질이 안 좋다. 특히 알이 굵은 대과(大果) 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과일 선물세트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선물세트용 사과로 쓰이는 홍로(상품·10㎏)의 평균 도매가(18일 기준)는 9만7920원으로 1년 전(6만6188원)보다 47.9% 올랐다. 배는 올해 수확한 원황(상품·15㎏) 품종 도매가가 5만5840원으로 1년 전보다 20.2% 비쌌다. 배 선물세트에 많이 쓰이는 신고 품종은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이 지난해 수확한 재고여서 가격이 전년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햇 신고배가 나오는 2∼3주 뒤부터는 가격이 원황 품종과 비슷하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 지역 주요 사과 산지에서는 전체 물량 중 10%가량이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는 과일 꽃이 피는 봄부터 주요 산지가 냉해와 우박 피해를 본 데다 장마‧태풍‧폭염으로 병충해도 발생하면서 정상 제품 물량이 크게 줄었다. 사과는 과육이 썩는 탄저병이 번지고 있고, 배는 병충해와 일조량 부족에 따른 생육 부진으로 상품성 있는 물량이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사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8.7%, 배는 2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달 사과 도매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5.6% 비싸고, 배는 10.9∼20.1% 상승한다고 내다봤다.때문에 유통업계는 올해 '추석 선물 세트' 구성을 대폭 바꾸고 있다. 롯데마트는 사과·배 작황을 감안해 부자재 비용을 줄이거나 기존보다 알이 적은 원물을 활용한 저가형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선물세트 물량을 30% 늘렸다. 여기에 망고·멜론 등을 섞은 혼합 선물세트 구성도 확대했다.

이마트는 태풍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호남 지역 사과 물량을 발 빠르게 확보하고 나섰다. 또 샤인머스캣이 포함된 혼합 세트 물량은 지난해보다 26% 정도 늘렸다. 2만원대 가성비 좋은 샤인머스킷 세트도 이번 명절에 처음 선보인다. 여기에 3만~4만원대 곶감 세트도 추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추석 과일 물가 안정을 위해 대체 산지를 발굴하고 트렌드성 혼합 선물세트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