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영어 친화도시'로 바꾼다

서울시, 외국인 행정서비스 확대
영문 부동산계약서·문진표 보급
서울시가 영어 친화 도서관과 키즈카페 설치를 추진하는 브라이튼여의도모습. 강은구 기자
서울시가 국내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 일대를 ‘영어 친화 도시’로 바꾼다. 지역 관광지를 소개하는 표지판에 한글 대신 영어를 먼저 쓰고 부동산에는 영문 계약서를, 병원에는 영문 문진표를 보급한다.

20일 서울시와 영등포구에 따르면 두 지방자치단체는 여의도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여의도동 22 일대)에서 이달부터 외국인을 위한 각종 생활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가장 먼저 손댄 것은 관광객과 거주민을 위한 표지판이다. 기존 관광안내 표지판의 한·영 병기 체계를 영어를 먼저 쓰는 식으로 바꾸고 네 곳에 영문 우선 표지판을 추가로 설치한다.

이 지역 부동산에는 영문 부동산 표준계약서를 보급한다. 또 일반병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받기 편리하도록 영문 문진표를 배포한다. 병원에서 진료할 때는 전화 등으로 통역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음달부터는 영문 메뉴판용 태블릿PC를 일반음식점에 보급할 방침이다. 오는 10월부터 여의도 지역에 정차하는 모든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에 영어 안내방송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금융회사 외국인 전용 데스크 확대, 공공시설(우체국·주민센터 등) 영문 현판 제작 등 12개 사업도 한다.여의도역과 가까운 옛 MBC 부지(브라이튼여의도)에 영어 친화 도서관 및 키즈카페 등을 조성하는 방안도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협의 중이다. 영등포구가 공공기여(기부채납) 형태로 소유하게 된 이 건물 지하와 지상 2층에 각각 도서관과 키즈카페를 마련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영어’라는 테마를 추가하는 것이다.

여의도를 ‘글로벌 금융허브’로 조성하겠다는 구상과 관련이 있다. 시는 지난 3월 여의도를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로 바꾸는 계획을 승인했다. 13년 전 ‘금융특구’로 지정했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해 본격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집중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2027년까지 5년간 총 593억5700만원을 투입해 디지털금융지원센터 설립, 핀테크 육성, 금융교육 활성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에 하는 영어 친화도시 관련 사업도 진흥계획의 하나다.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여의도를 외국 투자자를 위한 영어 친화형 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울이 금융 투자자를 모으기 유리한데도 싱가포르 등에 밀리는 이유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 않기 때문”이라며 “핀테크 중심지가 될 여의도에서만큼은 영어로 일하고 사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제금융지수(GFCI) 및 핀테크 순위도 현재 10위에서 5년 안에 세계 5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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