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유 부동산기업 절반 적자…인민銀, 긴급 대출 연장

中 금융당국 "유동성 확대해 시장 안정화"

상장사 18곳 대규모 손실 공시
"이대로 놔두면 부동산 경기 나락"

증감위, 금융사 소집해 대응 논의
돈줄 막던 '3不 규제' 완화 촉각
"추가 부양책도 나올 가능성 커"
중국 증시에 상장한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 중 절반가량이 올해 상반기에 손실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말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2년간 이어진 부동산 침체 여파가 상대적으로 우량한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도미노 붕괴 우려가 커지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섰다.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도 위기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과 중국 증시에 상장한 38곳의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 중 18곳이 상반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손실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상장사 절반 가까이가 손실이 예상되는 것이다. 2021년 손실을 기록한 국유 부동산 업체가 4곳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볼 때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대표적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인 화차오청은 최대 17억위안(약 31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작년 하반기에 이은 두 번째 반기 손실로 1997년 상장 이후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실적이 부진한 이유로 매출 총이익률 감소와 주택 부문 우려에 따른 충당금 증가를 지목했다. 2021년 말 헝다그룹의 디폴트 사태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위기가 2년 동안 이어지면서 국유업체들도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중국 1위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에 빠진 데 이어 20위권 국영 부동산 업체인 위안양그룹(시노오션)도 채권 이자를 갚지 못했다.

○구원투수 등판한 인민은행

부동산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인민은행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인민은행은 17일 발표한 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부동산 개발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책 도구를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개발자들이 프로젝트를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통화당국이 주택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작년 11월 인민은행은 자금난을 겪는 부동산 개발회사에 제로 금리 수준으로 대출해주는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규모는 2000억위안(약 36조6000억원) 수준이다. 앞서 인민은행은 7일 만기 역환매조건부채권 계약을 통해 2970억위안(약 51조원)의 돈을 시장에 푸는 등 유동성 확대 조치에도 나섰다.

지난 11일에는 금융 관련 규제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부동산 개발업체 및 금융기관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최근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업체의 디폴트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CSRC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부양책 낼까?

중국 금융당국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 이후 부동산 부문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지만 적극적인 규제 완화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시장의 관심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부채 축소, 현금 및 유동성 확보를 요구한 ‘세 가지 레드라인’ 규제를 완화할지다. 2020년 이후 중국 정부는 순부채비율 100% 이하 등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부동산 개발업체에는 은행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등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쳐왔다. 외부 돈줄 차단은 기존에 부채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온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결정적 이유가 됐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이대로 부동산 개발업체 연쇄 디폴트를 방치하면 부동산 경기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내수경기 부활도 물 건너갈 것”이라며 “추가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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