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차기 주자 밀레이 "대선 승리 시 중앙은행 폐쇄"

지난 13일 예비선거서 깜짝 1등
오는 10월 대선 승리 시 중앙은행 폐쇄
디폴트 막기 위해 공식화폐로 달러 채택
아르헨티나의 차기 대통령 후보인 하비에르 밀레이가 고강도 재정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도 폐쇄하려는 입장이다. 대선 전초전인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며 아르헨티나의 재정 개혁 가능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하원 의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과감한 재정 개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밀레이가 대통령이 될 경우 2025년 중순 이전까지 공공사업을 대폭 구조조정을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13%까지 공공 지출을 삭감할 계획이다.
밀레이는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재정 개혁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밀레이 의원은 극우 성향의 경제학자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통령 예비 선거에서 30.0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대선을 두달여 앞두고 시행된 선거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좌파 정부 대신 친(親)시장주의 정책을 택한 것이다.

밀레이 의원은 113%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도 폐쇄할 방침이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공식 통화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가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밀레이 의원은 "중앙은행은 지구상 존재하는 최악의 쓰레기"라며 "중앙은행은 4가지로 나뉜다. 미 중앙은행(Fed) 같은 나쁜 기관, 라틴 아메리카 중앙은행처럼 매우 나쁜 기관, 끔찍하게 나쁜 은행 그리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다"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밀레이 의원이 정권을 잡게 되면 비공식 경제고문인 에밀리오 오캄포 유세마대 교수가 경제 개혁을 진두지휘한다. 오캄포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 출자를 요구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경제학자다. 이를 위해 강도 높은 재정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밀레이 의원은 "재정 적자는 비윤리적인 정책이다"라며 "적자를 계속 방치했다간 국가가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밀레이에 따르면 이미 아르헨티나 공식 통화를 달러로 교체하는 계획은 이미 설계된 상태다. 오는 10월 22일 대선에서 승리한 뒤 즉각 시행할 예정이다. 엘살바도르 모델을 본떴다. 국민들에게 통화 선택권을 주고 자발적으로 달러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통화량의 60% 이상이 페소에서 달러로 대체되면 달러화 경제권에 완전히 포섭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밀레이 의원은 "국민 누구도 페소화를 보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 데 실제 가치가 얼마인지 제대로 측정해야 한다"며 "페소화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밀레이의 당선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밀레이는 지난 13일 치러진 예비선거 '파소(PASO)'에서 득표율 30.04%로 1위를 차지했다. 좌파 집권당인 '조국을 위한 연합'의 세르히오 마사가 거둔 21.4%의 득표율을 9%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다음날 밀레이의 1위 소식이 퍼진 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97%에서 118%로 21%포인트 인상하기도 했다. 밀레이의 '깜짝 승리'에 따른 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랜 경제난에 지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페소화의 달러화 대체, 정부 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등을 공약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레이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밀레이 의원은 중앙은행 폐쇄, 장기 매매 합법화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는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아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밀레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비주류 세력인 밀레이가 재정 정책을 원활하게 시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회에서 밀레이의 개혁이 막히게 되면 국정 혼란만 가중될 수도 있다. 밀레이는 입법 절차에서 개혁이 좌초될 경우 국민 투표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밀레이 의원은 "이건 사실 굉장히 간단한 거래다"라며 "통화 위험과 신용 위험을 줄여 국가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지금 매수해서 보유하면 1년간 200%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상품과 같다"고 자신의 공약을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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