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시대…4년간 분노조절장애 환자 15% 늘었다

진료건수 9455건→1만869건
'묻지마 범죄'로 이어질까 우려
최근 ‘묻지마 칼부림’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분노조절장애 관련 증상을 겪는 일반인이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분노조절장애(한국질병분류코드 F63.8)’ 1차 진단을 받은 진료 건수는 1만869건으로 2018년(9455건)보다 15% 늘었다. 같은 기간 진료실을 찾은 환자도 1917명에서 2101명으로 약 10% 증가했다. 사회적 낙인 등을 이유로 정신과를 기피하는 사회적 풍토를 고려하면 잠재적 환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분노조절장애의 공식 의학용어는 ‘기타 습관 및 충동 장애’다. ‘지속·반복적으로 표출되는 비적응성 행동’을 통칭하는 질환으로, 간헐적 폭발성 장애라고도 부른다. 분노조절장애는 성격과 환경에 모두 영향을 받는데, 갈수록 현대인들이 분노 표출 상황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덕인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상 속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홀로 감당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가족, 관계 등이 해체된 데 따른 영향으로 전 사회적으로 분노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정신질환은 자신과 남을 해치는 흉기로 변할 수 있다. 지난 5월 또래 여대생을 살해한 정유정의 범죄를 비롯해 경찰은 올 상반기 최소 18건이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각각 서울 관악구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칼부림을 한 조선(33), 최원종(22)의 혐의는 포함하지 않은 통계다. 익명이 보장되는 온라인 환경에서 분노는 더 빠르게 확산됐다. 경찰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글 354건을 확인했고 작성자 149명을 검거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정신과 신체는 한 세트기 때문에 자기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해소하지 않다 보면 사소한 자극에도 극단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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