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돌아왔지만…웃지 못하는 면세점

6월 中 관광객 16만8000명
'큰 손' 유커 아닌 개별 여행객
쇼핑보다 맛집…객단가 낮아

면세점 매출은 전년비 36% 감소
업계, 동남아 관광객 공략 나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지는 데 비해 실적 개선 속도는 더뎌 국내 면세업계가 속앓이하고 있다. 방한 중국 관광객은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객(유커) 방한 금지가 여전히 풀리지 않아 모두 개별 관광객이다. 이들은 유커보다 씀씀이가 작다. 면세업계는 올해 유커의 한국 방문이 힘들 것으로 보고 아예 유커를 배제한 전략 실행에 한창이다.

중국인 입국 늘었지만

1일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행을 위해 중국인이 비자를 발급받은 건수는 11만4109건으로,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6월(11만2170건)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2월 4만6000명이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6월 16만8000명으로 3.6배 급증했다. 이는 일본인에 이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수 2위다.
주요 국내 관광지를 찾는 중국인의 발길이 늘었지만 국내 면세업계의 매출은 감소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6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총 8543억원으로 전달(9381억원)보다 8.9% 줄었다. 전년 동월(1조3315억원)보다는 35.8% 쪼그라들었다.

중국인 입국 증가가 면세업계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한국 입국이 가능한 중국인 개별 관광객의 쇼핑 수요가 유커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의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개별 여행객의 객단가는 단체 여행객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쇼핑보다는 한국 맛집, 카페, 관광지를 방문하는 데 관심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 관광객 노리는 면세점

중국의 ‘궈차오’(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현상)로 인해 한국 화장품 수요가 줄어든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면세업계는 중국인의 빈자리를 동남아시아 방문객으로 채우기 위해 이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4월 베트남·태국어 안내 리플릿을 제작해 시내면세점과 공항 인도장에 비치했다. 올해 1분기 베트남 태국 대만 등 동남아 관광객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5배 늘었다는 점을 반영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3월부터 동남아 관광객을 위한 베트남·태국어 안내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2월 비씨카드와 협업해 한국을 방문하는 동남아 관광객을 위한 신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출보다 영업이익”

면세업계는 유커의 연내 복귀가 물 건너갔다고 보고 이참에 무게중심을 ‘덩치 키우기’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옮기고 있다. 매출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따이궁(보따리상) 유치에 들이는 알선수수료를 줄여 영업이익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운 곳이 대부분이다.주요 면세점 3사(롯데 신라 신세계)는 따이궁 유치를 대가로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2분기 신라면세점 실적에 수수료율 인하 성과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라면세점의 2분기 매출은 708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01억원) 대비 29.9% 줄어든 데 비해 영업이익은 148억원에서 432억원으로 191.9% 늘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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