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힘든 여름나기'…코로나 재확산에 독감까지 이례적 유행

코로나 확진 하루 4만명
독감 환자도 3주 연속 증가
국내 초중고생 사이에 ‘여름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어진 강력한 방역정책으로 특정 연령대의 면역인구가 줄어든 ‘면역빚(Immune debt)’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개념 때문에 백신접종 등 방역수칙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9~15일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가 16.9명으로 3주 연속 증가세라고 25일 발표했다. 올해 유행기준(4.9명)의 세 배가 넘는다.

통상 국내에서 독감은 겨울에 A형 바이러스가, 봄에 B형 바이러스가 유행한 뒤 여름엔 잦아든다. 올해는 5월 중순까지 유행이 이어지다가 잠시 꺾인 뒤 6월 중순부터 다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만 7~12세는 외래환자 1000명당 43명으로 유행 기준의 8배를 넘어섰다. 만 13~18세 25.2명, 만 1~6세 18.5명 순으로 많았다.국내 196개 표본감시기관에서 이들의 감염원을 분석했더니 리노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나왔다. 리노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열은 잘 나지 않지만 가벼운 감기 증상을 호소한다. 열이 나면서 기침 콧물 등을 호소하는 아데노바이러스 감염도 비교적 많았다. 코로나19 감염은 그 뒤를 이었다. 1주일간 의심환자의 12.3%, 올해 의심환자의 8%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왔다.

실제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증가세다. 지난 18~24일 하루평균 확진자는 3만8809명으로, 전주(2만7955명)보다 39% 늘었다. 19일엔 하루 4만7029명이 신고됐는데 올해 1월 11일 5만4315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여름인데도 호흡기 질환 유행이 꺾이지 않자 일각에선 원인으로 면역빚을 제시하고 있다. 오랜 봉쇄 탓에 무증상이나 경미한 증상으로 바이러스를 앓고 지나간 인구가 급감하면서 ‘면역 방패’가 사라졌다는 것이다.다만 전문가들은 면역빚 개념이 ‘백신 무용론’ 등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감염이 돼야 감염병에 대한면역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 최고 감염병 연구기관인 임피리얼칼리지런던의 피터 오픈쇼 교수는 “면역빚이란 개념은 감염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것 대신 감염을 통해 빚을 갚으라는 의미로 인식될 수 있다”며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