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發 밥상 물가 오른다…인도 등 신흥국 채권 '빨간불'

슈퍼엘니뇨 덮친 인도·태국·베트남
쌀값 급등에 '수출통제'까지 나서
물가 산정에 '식료품 비율' 높아 치명타
금리 정점 찍고 내려가나 했더니
"엘니뇨는 매파적 리스크, 신중해야"
지난 17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의 한 채소 시장에서 사람들이 토마토를 구입하고 있다. 최근 몇 주 간의 농작물 피해로 인도 토마토 가격은 기존 1㎏당 80루피(약 1200원)에서 250루피까지 치솟았다. EPA
올 여름 전세계를 덮친 슈퍼 엘니뇨로 인해 신흥국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신흥국들이 농산물을 중심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 긴축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개발도상국 채권 시장 중 가장 위험에 처한 국가는 인도, 필리핀, 페루"라고 분석했다. 이는 해당 국가들이 엘니뇨 중에서도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기간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슈퍼 엘니뇨'에 노출된 동시에, 슈퍼 엘니뇨로 인한 농식품 물가 상승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엘니뇨는 인도, 태국 등 동남·남아시아 국가들의 농업 생산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에서는 북부 지역 호우피해로 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쌀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델리의 소매 쌀 가격은 올해 들어 약 15% 급등했다. 전국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8% 넘게 올랐다. 인도 당국은 지난 21일 바스마티(길쭉하게 생긴 쌀) 품종을 제외한 전 품종의 쌀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인도와 반대로 엘니뇨로 강우량이 급감한 결과 작황 부진이 예상된다. 태국산 쌀 수출 가격은 지난달 말 톤당 518달러로 1년 전보다 24%나 급등했다.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에서 쌀 가격은 엘니뇨에 따른 공급 우려에 1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베트남에서 5% 깨진 쌀은 t당 515~525달러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식량 생산량 감소와 식량가격 증가는 신흥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준다. 아시아 신흥국 가계 예산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에서 인플레이션 바스켓에서 식료품 비율은 약 46%, 태국은 36%, 인도네시아는 33%다.

이처럼 신흥국 물가가 오를 경우 해당 국 채권 수익률은 오르고 채권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아직까지 채권 시장은 신흥국 중앙은행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으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낙관론에 힘입어 지난 한달 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 현지 통화 신흥시장 채권 지수는 올해 약 4% 상승해 달러기반 투자자수익률 기반의 글로벌 채권의 수익률 상승 폭인 2.7%를 상회했다. 시장에서는 슈퍼 엘니뇨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골드만삭스 그룹 전략가들은 이번 달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엘니뇨가 식량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신흥국 인플레이션에 매파적(통화 긴축적)인 리스크이지만, 투자자들은 대체로 그 위협을 간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가마 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인 라지브 드 멜로는 "식량 가격 상승은 대형 식량 수입업체에 타격을 줄 것이며,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엘니뇨가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다소 성급하게 가격을 책정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