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할 수 없는 전력…모자라면 정전, 넘치면 낭비…ESS가 해결한다

과잉생산된 전력 저장한 뒤
전력피크 때 송전 가능
변전소 문제 생겨도 정전 예방

리튬이온배터리 활용하면
에너지 변환 효율 높고 친환경적
배터리 업계, 신제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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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면 미국 뉴욕과 같은 광범위한 지역에서도 수시로 정전이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전이 끊이지 않는다. 정전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전력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전력 송수신에 문제가 생기고 변전소에 사고가 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저장할 수 없다’는 전력의 특성 때문이다.

○저장할 수 없는 전력…대안으로 떠오른 ESS

전력은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비효율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한 번 생산된 전력은 쓰일 곳을 찾아 전선을 타고 흐른다. 그런데 일정 시간 사용되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이런 이유로 전력 기관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 그때그때 발전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전력 생산량의 한계와 여러 이유로 수요와 공급을 완전하게 맞추기 쉽지 않다. 모자라면 정전이, 넘치면 낭비가 발생한다.
최근 배터리업계에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이런 전력의 근본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생산된 전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적재적소에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ESS를 활용하면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한 뒤 전력피크 시 송전할 수 있고, 중간의 변전소에 문제가 생겨도 저장된 전력을 송전해 정전을 예방할 수 있다. 가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정에 ESS를 설치하면 발전소에 문제가 생겨도 저장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다.

ESS의 응용 분야는 광범위하다. 구체적으로 전력 단계에서 발전단, 송전단, 변전소, 배전단, 수용가에 이르기까지 ESS가 해낼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하다. ESS를 활용하면 전력 관련 사고 대비, 공급 안정화, 품질 향상, 비용 절감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S 설치가 활성화되면 전력의 비효율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리, 화학 방식으로 전력 저장하는 ESS

모든 ESS가 배터리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ESS는 크게 물리적 저장과 화학적 저장으로 구분된다. 물리적 저장은 양수발전(pumped hydro)과 플라이휠(flywheel)로 구성된다. 화학적 저장의 경우 납축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가 사용되는데, 업계에선 현재까지 개발된 ESS 중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한 방식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꼽는다.

양수발전은 ESS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형태 중 하나다. 전기가 남을 때는 밑에 고여 있는 물을 댐 위로 끌어올렸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수문을 여는 방식을 활용한다. 단점도 있다. 사용하는 전기 대비 생산되는 전기량이 많지 않고 발전 설비를 갖추는 데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든다.
삼성SDI가 지난달 14일 독일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ESS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플라이휠은 에너지를 회전운동량으로 저장했다가 일정한 속도로 방출하는 기기다. 힘을 가할 때나 가하지 않을 때 등 어떤 상황에서도 작동해야 하는 기계장치엔 플라이휠이 쓰인다. 대표적 사례가 엔진이다. 전기가 남아돌 때 플라이휠을 돌리고 전기가 부족할 때 플라이휠의 회전에너지를 이용해 다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비교적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배터리에 공간을 할애할 여력이 부족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전기 공급 시간이 짧은 단점 등으로 활발히 채용되지는 못하고 있다.화학적 저장 중 납축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 이전에 많이 쓰였다. 문제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황산을 지속해서 보충해야 하는 등 관리에 불편함이 있다는 점이다. 중금속인 납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리튬이온배터리 활용 ESS가 대세

이런 이유로 최근엔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한 ESS가 많이 설치되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에너지 변환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면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한 ESS는 크게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배터리,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전력변환시스템(PCS),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다. 단순히 배터리만으로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ESS를 갖출 수 없다. 배터리를 감시하고 제어할 다양한 시스템이 보강돼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다양한 전자시스템 하나로 묶어…안전하고 효율적인 ESS 탄생

삼성SDI가 미국에 공급한 ESS배터리. /삼성SDI 제공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배터리와 다양한 전자 시스템이 하나로 묶인 종합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ESS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살펴보면, 우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터리’다. ESS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정보기술(IT) 제품 대비 들어가는 셀의 개수와 용량이 훨씬 방대하다.

이처럼 ESS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수많은 셀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듈과 랙(rack)의 형태로 장착된다. 셀을 여러 개 묶은 것이 모듈이고 모듈을 여러 개 연결한 게 랙이다. 여기서 모듈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셀을 보호하는 프레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각종 제어장치와 보호회로도 포함된다. 랙은 모듈 단위를 묶어 셀의 온도, 전압 등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다음 구성 요소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다. ESS는 전기차보다 훨씬 많은 배터리를 장착하기 때문에 BMS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천, 수만 개의 셀을 하나처럼 움직이도록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BMS는 셀의 전압, 전류, 온도 이상 등을 감지해 이상이 있을 때는 충전과 방전을 중단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달 독일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선보인 ESS.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전기 형태를 변환하는 역할은 ‘전력변환시스템(PCS)’이 맡는다. 교류를 직류로,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전력 시스템은 크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과 발전된 전기를 전달하는 송배전, 전기를 사용하는 공장 및 가정 등 수용가로 구분된다. 가정에서 받게 되는 전기는 교류인데, 우리는 전기를 직류로 저장하는 만큼 충전 시에는 송배전을 통해 흐르는 전기를 배터리에 맞게 변환해야 한다. 방전 시에는 사용자에게 맞도록 변환해야 한다. 이처럼 PCS는 전기의 형태를 변환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전기가 흐르게 한다.‘에너지관리시스템(EMS)’은 ESS 전체의 전기량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하면 전반적인 운영 소프트웨어(SW) 역할을 한다. BMS가 배터리를 관리하는 장치라면 EMS는 랙 전체를 관리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EMS는 PCS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BMS를 제어한다. 또한 발전량, 충전량, 방전량, 운행 이력 등 전반적인 데이터를 관리한다. 한마디로 ESS를 관리하고 제어하는 최상위 운영 시스템인 셈이다.

배성수 기자/도움말=삼성SDI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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