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줄어도 '호황'…2030 남녀, 수백만원씩 투자한 '이곳' [이슈+]

젊은 남녀 "'자만추' 힘들어요"
'결혼정보회사' 관심…수요↑
'맞춤 이상형' 내놓으나 부정적 시각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은 하고 싶은데 저한테 딱 맞는 사람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올해 초에 300만원 내고 결혼정보회사 가입했어요"

그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형)' 연애를 추구했으나 가치관이 바뀌었다는 직장인 윤모 씨(31·남)는 "올해 초 고심 끝에 유명 결혼정보회사(결정사)에 가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람 만나기가 어려워진데다, 결혼을 서두를 시기가 왔다는 판단에서다.윤 씨는 "결정사 가입을 고민하던 참에 주변 직장 동료들이 하나둘씩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져 가입하게 됐다"며 "전문 업체를 통해 나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혼인 건수 '뚝' 떨어졌는데…2030 남녀, '결정사' 관심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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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혼인 건수가 급감했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결정사'를 이용하는 인구는 늘어났다. 학업부터 취업까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익숙한 2030 남녀의 경우 결혼도 컨설팅을 받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만큼 결혼을 결심했을 때 효율적인 방법으로 결정사를 찾는 것. 자연히 이들을 겨냥한 결정사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가 19만1700건으로 2021년(19만2500건) 대비 0.4%(800건) 줄어든 19만1700건을 기록했다. 2012년(-0.6%) 이후 11년 연속 이어진 감소세로, 결혼 건수는 지난 10년 사이 13만5400건(41.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결정사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15일 국세청이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결정사는 1841개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1572개) 대비 17.1% 급증했다. 2017년 1613개, 2018년 1609개, 2019년 1572개 등 그 규모가 정체 또는 축소되는 추세였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611개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5% 반등했다. 이후 2021년 1684개, 지난해 1723개, 올해 1841개로 결정사는 3년간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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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코로나19 동안 자연스러운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상대방의 배경과 조건을 따져 만나고자 하는 이들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입자에게 결혼과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만남을 주선하는 결정사가 특수 효과를 본 것. 결정사의 '커플 매니저'는 고객에게 가장 어울리는 배우자를 찾아 주는데, 가입자는 본인 재산, 부모님 재산, 소득, 직업, 학력, 가정환경, 나이, 외모, 키, 인맥, 종교, 건강 등 사실상 모든 개인 신상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상대가 갖췄으면 하는 조건을 가감 없이 요구한다.결정사 듀오의 경우 올해 들어 업계 최초로 4만6000건의 성혼을 달성했다. 최근 3년 사이 성혼회원 수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듀오에서는 하루 평균 6명이 결혼에 성공한 셈이다. 성혼회원의 24%는 가입 1년 이내에 결혼에 성공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은 약 382억원으로 4년 전인 2018년 대비 38%가량 늘었으며, 이달 기준으로는 3만6000명 이상이 자신에게 적합한 상대를 찾기 위해 정회원이 됐다. 듀오 관계자는 "자신의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대를 찾기 위해 결정사를 찾는 2030 미혼남녀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만족스럽지 않은 상대와는 굳이 만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입비 수백만원 훌쩍 넘는데…결정사 포기 못하는 이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최근 올라온 직장인들의 결정사 가입 고민 글. /사진=블라인드 캡처
결정사의 가입비는 평균 300만원~550만원, 최대 1000만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고가이지만, 본인이 바라는 조건의 사람을 만날 목적으로 감히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결정사 가입 관련 고민과 추천 글이 다수 오가는 분위기다. 이들은 "26세 공무원 여자 결정사 너무 이르냐", "예쁘게 연애하다가 결혼하고 싶은데 27세 결정사 괜찮냐", "33세 직장인인데 소개팅보다는 결정사가 원하는 이성을 찾기에 좋은 곳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결정사 가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결정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전문기관의 넓은 회원 풀(pool)을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이상형 정보를 받은 뒤, 가치관과 성격, 성향, 직업, 취미, 경제 상황, 심리 상황 등을 다각도로 분석 받고 싶은 욕구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전에만 해도 소개팅이나 연애 등을 통해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전문 업체가 더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결정사 가입은 결혼과 관련된 '합리적 선택'이 되는 것"이라며 "결정사에 수백~수천만 원이 넘는 돈 지불하는 것은 그만큼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한 것으로, 고급 정보를 선택하고 듣는데 과감히 투자하는 성향을 가진 젊은 세대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부 사람들은 결정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고가의 가입비에 반해 '제대로 된 원하는 상대'를 찾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한 직장인 A씨는 블라인드에 "결정사가 (기본 가입비) 300만원의 값어치를 하는 것이 맞냐"며 "그 돈이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나서 서로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재직증명서 등 교환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면서 만나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직장인도 "(결정사는) 자산검증 부모직업 검증 제대로 안 한다"며 "솔직히 소개팅 앱이랑 뭐가 그렇게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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