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발레리나'의 기적… 강미선, 무용계 아카데미상 수상

20일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무용수상
러시아 볼쇼이 극장서 세계 정상급 무용수와 겨뤄

유니버설발레단 소속…무대 경력 20년의 '노력형 천재'
2년 전 아들 출산 후에도 쉬지 않고 주역 활약

한국인은 강수진 김주원 김기민 박세은 이어 5번째
'워킹맘 발레리나'인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40)이 무용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강미선은 중국국립발레단 추윤팅과 함께 최우수 여성무용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991년 설립된 이 상은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권위 있는 상이다. 매년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작품을 심사해 최우수 남녀무용수, 안무가, 작곡가 등을 선정한다.선화예중·고와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 등에서 공부한 강미선은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다. 국내 최장기 근속 발레리나 기록을 매일 쓰고 있다. 입단 후 코르 드 발레(군무) 무용수로 시작해 드미솔리스트, 솔리스트, 시니어 솔리스트 등 단계를 밟아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군무 무용수로 시작해 주역으로 서기까지 '백조의 호수', '지젤',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오네긴', '로미오와 줄리엣', '심청', '춘향' 등 거의 모든 작품을 소화했다.

강미선은 기술과 표현력, 예술성 등을 두루 갖춘 발레리나로 평가받는다. 발레리나에 딱 맞는 체격을 갖추지 않았지만 노력으로 극복해 낸 '노력형 천재'로 통한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성숙한 표현력과 테크닉을 갖췄으면서도 항상 묵묵히 노력하기 때문에 많은 후배 무용수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여성 무용수들 간 수상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수석무용수 도로시 질베르,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엘리자베타 코코레바,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메이 나가히사 등 쟁쟁한 무용수들이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무용수 중에선 역대 다섯번째 수상이다. 1999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국내 최초로 수상했고, 국립발레단의 대표 주역 무용수였던 김주원(2006년)과 김기민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2016년), 박세은 파리 오페라 발레 수석무용수(2018년) 등이 같은 상을 받았다.

'워킹맘 발레리나'가 이 상을 받은 건 강미선이 국내 최초다. 강미선은 여성 무용수로는 드물게 출산 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같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러시아 출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결혼해 2년 전 아들을 출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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