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탁소에서 옷의 얼룩 지우듯 상처를 지운다면 행복할까요?"

책마을 사람들 - 소설가 윤정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272쪽 | 1만5000원

첫 장편소설…'힐링 판타지'
나쁜 기억 없애는 세탁소 배경
英 출판사와 10만달러 계약
“아버지가 경상도분이라 무뚝뚝하세요. 제가 열 권 넘게 책을 쓰는 동안 저한테 사인한 책을 달라고 하신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 책은 ‘사인본 한 권만 줘라’ 하시더라고요. 이 책이 인기가 있구나 그때 실감했죠.”(웃음)

소설가 윤정은 작가(40·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대형 출판사가 제 소설을 출간한다니 아직도 생경하고 꿈만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지난 3월 국내 출간 70일 만에 1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최근 영국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로부터 선인세로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를 받았다. 선인세치고는 상당히 큰돈이다. 작품의 수출 계약을 이끈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영미권 외 대만, 튀르키예와 계약을 완료했고 러시아 이탈리아 폴란드 인도네시아 포르투갈 등과도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나쁜 기억을 마법으로 지워주는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힐링 판타지 소설’이다. 윤 작가는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손빨래를 해서 햇볕에 말리는 게 평소 습관”이라며 “어느 날 ‘옷의 얼룩 같은 상처를 깨끗하게 지워주는 세탁소가 있으면 어떨까’ 상상했고, 소설의 도입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했다.동네 골목에서 마주치는 정겨운 세탁소처럼, 소설 속 문장들은 화려하지 않다. 세탁소에서 자신의 후회와 상처를 마주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잔잔한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

이번 소설은 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윤 작가는 2012년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은상 수상 이후 주로 에세이를 써왔다. 그는 “꾸준히 써온 일상, 힐링, 공감에 대한 정서가 소설에도 녹아든 것 같다”며 “현실의 삶이 워낙 팍팍하니 독자들이 책을 통해 짧게나마 위안과 기쁨을 얻고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소설에는 해외 독자에게 친숙한 에밀리 디킨슨이나 폴 발레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 서양 예술인들이 인용된다. 영화감독 박찬욱이나 떡볶이집 이야기 등 해외에서 즐기는 한국 문화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윤 작가는 “소설을 쓸 당시에는 해외 독자를 염두에 둔 건 아니고 그저 평소 좋아하는 예술가들을 적었다”고 말했다.그는 “이제 와서 보니 한국 소설이 해외 출간된다는 건 그 속의 다양한 한국 문화도 함께 소개된다는 것”이라며 “혼자서 ‘다음 소설에는 윤동주 시인이나 화가 김환기를 언급해볼까’ ‘비빔밥 같은 다른 한국 소설도 소개해볼까’ 생각해봤다”며 웃었다.

“죽을 때까지 읽고 쓰는 삶을 꿈꾼다”는 그의 장래희망은 ‘백발의 작가 할머니’. 이르면 내년에도 새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