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6년 전 KBS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공수 바뀐 여야 [오형주의 정읽남]

대통령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민주당 “공영방송 길들이기” 반발

박주민 의원, 6년 전인 2017년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 발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수교대’
자유한국당, 분리징수 당론 추진

文정부 “통합징수 헌법 위반 아냐”
尹정부 “경영진 교체 관계없이 이행”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KBS가 TV 수신료를 징수할 때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사가 송출하는 방송을 시청하지 아니하는 시청자에게까지 수신료를 강제 납부하게 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2017년 4월3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방송법 개정안 제안이유)

“30여년 간 유지해온 수신료·전기요금의 통합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하여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2023년 6월5일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브리핑)대통령실이 KBS TV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권은 전기료와 함께 부과되는 KBS 수신료를 강제성이 있는 ‘준조세’로 규정하고 시청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분리징수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대통령실이 돈줄을 쥐고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6년 전인 2017년 4월만해도 야권은 현재 대통령실이 내세우는 이유와 비슷한 취지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했었다. 당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KBS 수신료 징수를 한전의 전기료 징수와 함께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4월 국회 의안과에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모습. 한경DB
박 의원안에는 권미혁 김상희 김종민 민병두 박남춘 서영교 안규백(이상 민주당) 윤소하(정의당) 장정숙(국민의당) 등 당시 야권 소속 의원 9명이 동참했다.

박 의원은 ‘시청자의 방송 선택권 존중’을 발의 이유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수신료 징수 위탁기관이 수신료를 징수할 때 위탁기관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된 형태로 징수할 수 없도록 했다.

KBS가 한전에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한 것은 1994년부터다. 한전은 전기료 고지서에 수신료를 병과해 징수해오고 있다. 박 의원안은 이 같은 통합징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당시 KBS는 박 의원안에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KBS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효율성과 합리성을 갖춘 수신료 통합징수를 분리징수 방식으로 변경하는 경우 공영방송 제도의 위기를 초래하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부터 수신료 분리징수를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오기도 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같은해 6월 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시도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의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당시 문방위 민주당 간사였던 김재윤 의원은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처리하면 국민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납부하도록 통합징수 폐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당시 KBS 국회 출입기자들은 회의장으로 총출동해 수신료 인상안을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KBS 카메라 기자와 민주당 당직자 간 멱살잡이도 벌어졌다.

2014년에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노 의원 역시 통합징수에 대해 “국민이 납부하는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 운용·관리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신료 사용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KBS 수신료 징수 방식을 둘러싼 여야의 견해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공수 교대’가 이뤄진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8년 12월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유한국당은 2019년 1월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를 발족해 수신료 분리징수를 당론으로 추진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수신료 분리징수 대신 인상을 추진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7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지상파 방송의 경영위기를 언급하며 “수신료를 인상하고 중간광고 신설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수신료 분리징수 요구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통합징수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KBS가 수신료의 가치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냈다.

강정수 당시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2019년 12월 수신료 분리징수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어서자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위헌 및 헌법소원에 대한 판결, 그리고 2016년 대법원 판결, 이 두 차례에 걸쳐 방송법 제64조의 수신료 납부 의무규정과, 제67조의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수신료 분리징수보다는 통합징수의 적법성에 무게를 실은 답변이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5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KBS 수신료 관련 국민제안심사위원회 개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6.5/뉴스1
윤석열 정부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KBS 사장의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사장이 물러나게 되면 방만 경영 문제라든지 보도의 공정성 문제라든지 그 부분이 개선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신료 분리징수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그것은 경영진 교체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 이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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