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차관 되나요?"…난무하는 기재부 '복도통신' [관가 포커스]

기획재정부가 자리 잡은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뉴스1
“누가 차관으로 오시나요? 부총리는 언제까지 있으실까요? 지난달부터 기획재정부 간부들을 사석에서 만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다. 지난달부터 기재부 곳곳에선 삼삼오오 모여 장·차관 및 실·국장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이른바 ‘복도통신’도 부쩍 잦아졌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누가 가고 누가 올지 모르니 다음달 공식 회의 일정을 잡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털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범 1년을 맞아 장관급은 소폭의 개각을 단행하는 대신 각 부처 차관을 교체해 국정과제 이행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출신을 장관으로 선임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등을 두루 고민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에 대한 국정 이해도가 높은 차관들을 기용해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차관 교체 인사 시점은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기재부 최고의 관심사는 추 부총리의 사퇴 여부였다. 특히 작년 10월 열렸던 체육대회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개최되면서 추 부총리가 이번 체육대회를 끝으로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그러자 추 부총리가 5월에 이어서 가을에도 체육대회를 열겠다며 사퇴설을 불식시키기도 했다.

추 부총리가 그동안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의 표심을 탄탄하게 쌓아 놓은 데다 지역민들의 신망도 두터워 내년 총선에서 3선 도전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일찍 사퇴해 총선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역신문이 올 초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추 부총리는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대구 12명 국회의원 중 가장 높은 평가를 얻었다.

부총리 유임이 굳어지면서 다음 관심사는 차관 인사가 됐다. 기재부는 차관 한두명 인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관 인사가 단행되면 1급(차관보)과 주요 보직 국장 및 외청장 인사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과 재정을 총괄하는 2차관 자리를 놓고 기재부 내부에서 설왕설래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워낙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다 보니 기재부가 입주한 세종청사 중앙동 3층부터 10층까지의 ‘복도통신’이 두 파로 갈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기재부 복도통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소속 공무원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예산철을 앞두고 다른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간부들도 복도통신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다른 부처 고위 관계자들과 사석에서 만날 때도 기재부 2차관 및 예산실 인사에 대한 토론이 오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은 오가는 기재부 복도통신을 듣고 유력한 후보들에게 벌써부터 ‘눈도장’을 찍고 있다는 후문까지 들린다.

다만 과거 다른 부처에 비해 높은 정확도를 자랑했던 ‘기재부 복도통신’도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제 관료들의 영향력이 이전 정부에 비해 낮았던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복도통신의 정확도 역시 낮아졌다는 한탄도 기재부 안팎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5일과 26일에도 대통령실에서 기재부 차관 인사를 발표할 것이라는 복도통신이 중앙동 전체에 퍼지기도 했다. 일부 복도통신은 ‘2차관에 A간부 선임’이라는 소식까지 전했다. 하지만 이날 차관 인사는 발표되지 않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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